[정승조의 아트홀릭] "미술계 블루칩, MZ세대가 사랑한 1,000억의 작가"

2023. 12. 2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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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미술계의 블루칩으로 MZ세대에게 인기 급상승 중인 작가가 있습니다. 아트홀릭 독자라면 올해 키아프(Kiaf)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셨을 텐데요  바로 붓이 아닌 '맨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시아의 작은 거인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입니다.  아야코 록카쿠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를 제치고 원화 한점이 16억원에 낙찰된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라이징 스타인데요.  지금 아야코 록카쿠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한창입니다.  그녀의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대규모 개인전으로는 처음인데요.  전시에서는 단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록카쿠의 초기 작품과 특별한 오브제, 조각도 볼 수 있습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아야코 록카구, 꿈꾸는 손' 전시를 기획한 '김예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시기획사 씨씨오씨의 프로젝트 매니저 김예은입니다.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의 기획을 맡았습니다.

김예은 프로젝트 매니저

▮ 핑거 페인팅으로 유명한 '아야쿠 록카쿠'. 그는 어떤 활동을 해 온 작가인가요.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는 1982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치바현에서 여섯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19살이었던 그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곧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말보다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착정인 방법으로 스케치 없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재료는 이동하기 쉽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골판지였고, 붓 대신 사용한 것은 자신의 손가락이었으며, 스튜디오를 대신한 장소는 도쿄에 위치한 공원이었습니다.   록카쿠는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일본 현대미술의 대가,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가 설립한 '카이카이 키키(Kaikai-kiki)'가 주최하는 '게이사이 아트페어(Geisai Art Fair)'에서 제 4회, 제 9회, 제 10회 '스카우트 상'을 수상하며 아트씬(Art Scene)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카시가 일본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했는데 록카쿠는 '다카시 키즈' 중에서 가장 선두 주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그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갤러리 델레이브(Gallery Delaive)'의 디렉터, 니코 델레이브(Nico Delaive)를 만나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갔고, 델레이브의 지원 아래 전세계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오늘 날, 록카쿠의 작품은 컬렉터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일본이 배출한 거장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옥션가를 넘어섰고, (일본 SBI옥션 제 52회) 전체 작품 거래액이 4위인 라이징 스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그의 전체 작품 보험가는 1000억원을 육박하며 전부 원화입니다. 이정도 규모의 가치가 있는 원화 작품을 만나기는 다시없을 기회일 것입니다. ▮ 아야코 록카쿠를 이야기할 때 '핑거 페인팅'을 빼놓을 수 없어요.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야코 록카쿠의 손 (사진 제공 : 갤러리 델레이브)

사실 아야코 록카쿠가 그림을 막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다른 사람처럼 붓과 크레용, 그리고 스케치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2002년, 록카쿠는 도쿄에서 이틀간 열린 '디자인 페스타(Design Festa)'에 참가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늘 공원에서 그랬듯이, 록카쿠는 행사장 바닥에 웅크려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지금도 즐겨 그리는 '라이브 페인팅(Live Painting)'이었죠.  처음에는 관람객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붓을 치우고 맨손에 아크릴 물감을 묻히곤, 행사장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골판지를 주워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사장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의 경험으로 손과 골판지가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재료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아야코 록카쿠가 아트 씬(Art Scene)에서 주요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델레이브(Delaive) 패밀리. 델레이브 패밀리는 아야코 록카쿠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사진 제공 : 갤러리 델레이브)

네덜란드 델레이브 갤러리의 디렉터, 니코 델레이브와 아야코 록카쿠는 2006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볼타 아트페어(VOLTA Art Fair)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델레이브는 두 명의 네덜란드 수집가와 함께 전시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신인이었던 록카쿠의 가능성을 첫눈에 알아봤습니다.  델레이브는 이후 일본에서 열린 게이사이 아트페어(Geisai Art Fair)를 찾아갔습니다. 델레이브는 아트페어 전날 도쿄에 도착해 아침 여덟시에 록카쿠의 부스에 방문했습니다. 록카쿠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일본까지 찾아온 델레이브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델레이브는 록카쿠를 암스테르담에 있는 자신의 갤러리에 초대했습니다. 록카쿠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델레이브는 그를 위해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또 최고급 물감과 캔버스를 아낌없이 지원했습니다. 록카쿠는 이윽고 갤러리 델레이브에서 첫번째 개인전 '구름을 걷다(Walkin’ Around Clouds)' 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델레이브는 물심양면 록카쿠를 후원하면서 홍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록카쿠의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고, 해외 갤러리에서의 전시회 개최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10개 국가 40개 이상의 아트페어에서 록카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 전시에선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130여점을 볼 수 있어요. 전시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사진 제공 : 갤러리 델레이브)

인트로와 스페셜 섹션을 포함하면 정확히 7가지 섹션으로 구성됐습니다만,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은 '델레이브 패밀리(Delaive Family)'의 개인 컬렉션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들이 신인이었던 록카쿠를 지원하며 수집한 초기 작품과, 쉽게 볼 수 없는 230cm의 소녀 대형 오브제, 4m의 회화, 그리고 패밀리와 록카쿠의 관계를 기념해 네덜란드의 도자기 회사 '로얄 델프트(Royal Delft)'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도자기까지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오브제로 구성됐습니다. 록카쿠가 스타 작가가 되기까지, 그의 작가로서의 성장 중 중요한 요소는 바로 델레이브 패밀리와의 관계입니다. 이번 전시는 록카쿠와 패밀리의 아름다운 관계를 보여줍니다. 니코 델레이브에게 록카쿠 전시를 하고 싶다는 수많은 요청이 오지만, 이 둘의 관계를 조망하고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직접 방문한 경우는 씨씨오씨가 처음이었습니다. 델레이브는 감동해 130점의 원화 컬렉션을 보냈습니다. 맨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록카쿠의 손, 그러한 아티스트의 손을 잡아 정상의 위치까지 성장시킨 델레이브 패밀리의 손, 그리고 그들의 손에 담긴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을 '꿈꾸는 손'이라는 부제에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록카쿠의 작품과 제작 과정을 담은 비공개 사진 및 영상 등을 최초로 선보입니다. 특히 록카쿠가 직접 만들고 그린 집 오브제들은, 작품 설치 전문가들이 꼬박 하루에 걸쳐 현장에서 조립했습니다. ▮ 그녀의 작품을 보면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의 모습이 따뜻한 느낌과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아야코 록카쿠에게 소녀는 어떤 의미인가요.

Ayako Rokkaku / Untitled (ARP07-014) / acrylic on canvas / 200*250cm / 2007

소녀는 아야코 록카쿠가 즐겨 그리는 소재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죠.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그립니다. 그가 좋아하는 화사하고 포근한 색채를 표현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다 보면, '여기에 소녀를 그려 넣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도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레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고 합니다. 소녀는 그의 마음속에 항상 존재하는 이미지입니다. ▮ 전시작 중 미술 애호가와 MZ세대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있을 텐데요. 어떤 작품일까요.

Ayako Rokkaku / Untitled (ARP18-025) / acrylic on canvas / ⌀ 225cm / 2018

5섹션에 위치한 '무제 Untitled(ARP18-025)'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치형의 문을 지나 5섹션으로 들어오면,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230cm의 원형 캔버스에 칠한 푸른 색을 배경으로, 소녀는 알록달록한 꽃밭 위에 누워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전시의 메인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록카쿠는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 그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없어도 보는 이가 그림을 보고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을 기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주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이미지와 쿠사마 야요이를 제치고 원화 한 점이 16억원에 낙찰된 가격을 생각해보면, 컬렉터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 특별히 만날 수 있는 '조각'과 '오브제'도 눈길을 끌어요. 이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Ayako Rokkaku / Sculpture with two ghost rabbits / Acrylic on linen on foam / 230*170*150cm / 2011

앞서 말씀드린 230cm 높이의 소녀 오브제 ‘고스트 래빗(Ghost Rabbit)’을 소개합니다. ‘고스트 래빗’은 그의 작품 중 최초로 선보이는 오브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이 거대한 조각은, 평면회화를 즐겨 그리는 록카쿠의 작업 중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이 오브제의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면 믿어 지시나요? 소녀는 분홍색, 파란색 귀를 가진 두 마리의 토끼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듯,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입술은 삐쭉 나와 있어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당돌한 소녀의 치맛자락에는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귀여운 소녀 오브제이지만, 록카쿠는 치마 앞쪽에는 꽃을, 찾기 어려운 중앙에는 하트를, 나부끼는 치맛자락에는 해골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의 기억 속 잠재된 외로움이나 죽음에 대한 감정이 유령 모양의 토끼와 치마 속 숨겨진 해골 모양으로 오브제 속에 숨어있습니다.

Ayako Rokkaku / Limited edition sculpture. II/XXV / handpainted ceramic / 132*7*39*28.7cm / 2022

두 번째로 소개하는 조각은 ‘세라믹 도자기(Limited edition sculpture. II/XXV)’ 입니다. 이 조각은 두 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록카쿠와 델레이브 패밀리의 오랜 협업을 기념하기 위해 200개 한정으로 세라믹 도자기 에디션을 만들었습니다. 록카쿠가 디자인하고, 네덜란드의 전통 도자기 공방 ‘로열 델프트’에서 생산했습니다. 이 세라믹 도자기에는 록카쿠의 소녀 캐릭터와 로열 델프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백색과 청색이 섞인 ‘델프트 블루’ 컬러가 뚜렷하게 표현됐습니다. 각 작품에는 로열 델프트가 에디션 번호를 부여했고, 록카쿠의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세라믹 도자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록카쿠의 초기 스케치부터, 도자기의 프라이머리 모델, 그리고 유약을 바르기 전의 단계까지 총 다섯 단계의 조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이 전 세계 미술 애호가와 우리나라 MZ세대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어떤 매력 때문일까요?

Ayako Rokkaku / Untitled (ARP19-008) / acrylic on cardboard / 80*90cm / 2019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 특유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마찬가지로, 그의 예술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장난스러움을 보여줍니다. 그는 계획이나 스케치 없이 어릴 때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즐거움을 캔버스에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그들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죠. 아마 그가 가진 자유로움과 순수함,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올해 9월에 개최한 키아프 서울(Kiaf SEOUL)에서는 오픈 첫날에 작품의 반절 이상에 빨간딱지가 붙으며 높은 인기를 보여줬습니다. ▮ 전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이 아트홀릭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더불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록카쿠의 초기 작품이 대거 공개됩니다. 옥션이나 갤러리를 통해 공개된 적 없는 희귀 작품으로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2m에 달하는 대형 오브제들과 골판지로 만든 설치 작품, 폭 4.5m의 대형 원화 3점도 함께 전시됩니다. 특히 4.5m의 대형 원화 작품은 프레임을 맞추는 데만 2일이 소요된 대작입니다. 마지막으로 록카쿠가 직접 만든 30분에 달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전시장 내에 상영됩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원화 작품들이 전시장에 함께 전시되고 있고요. 후반부로 가다 보면, 록카쿠처럼 손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체험 공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전시를 통해 아야코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이 정도의 대규모 전시는 불가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의 인용구 중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야,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길 바라요.’ 이 인용구는 전시장 출구 쪽에 붙어있는데요.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봄처럼 활기차고 따뜻한 에너지를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2024.03.24) / 관람료 : 유료(36개월 미만 무료 입장)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사진 제공 : ⓒDelaive Family / CCOC, 2023)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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