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모음집, 클래식 연주…드라마는 음악감상실

남지은 2023. 12. 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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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달(신혜선)과 조용필(지창욱)이 싸울 때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가 흐르고, 삼달이 꿈을 찾아 제주를 떠날 때는 "화려한 네온사인 깜빡일 때면~"이 나온다.

'웰컴투 삼달리' 제작진은 20일 한겨레에 "'꿈, 고향, 청춘, 친구'는 조용필의 음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자,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장을 후벼 팔 감정들"이라며 "이 공통점을 살려 조용필의 명곡을 극 중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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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삼달리’에는 ‘창밖의 여자’ ‘꿈’ 등 조용필의 여러 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제이티비시 제공

조삼달(신혜선)과 조용필(지창욱)이 싸울 때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가 흐르고, 삼달이 꿈을 찾아 제주를 떠날 때는 “화려한 네온사인 깜빡일 때면~”이 나온다. 삼달이 지칠 때마다 용필이 불러주던 곡도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다. 눈치챘는가. 모두 가수 조용필의 곡이다. 순서대로 ‘창밖의 여자’ ‘마도요’ 그리고 ‘꿈’.

지난 2일 시작한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JTBC)는 조용필의 곡으로 배경음악(OST) 대부분을 채웠다. ‘보고 싶은 여인아’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의 곡이 드라마에 사용된 적은 있지만, 조용필을 핵심어로 배경음악을 구성한 시도는 이례적이다. ‘웰컴투 삼달리’ 제작진은 20일 한겨레에 “‘꿈, 고향, 청춘, 친구’는 조용필의 음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자,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장을 후벼 팔 감정들”이라며 “이 공통점을 살려 조용필의 명곡을 극 중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1~6회 중에서 ‘단발머리’ ‘꿈’과 23일 7회에 나올 ‘추억 속의 재회’는 조용필이 직접 선곡했다고 한다.

‘마에스트라’에는 ‘라데츠키 행진곡’ ‘전원 교향곡’ 등 주옥같은 클래식이 흐른다. 티브이엔 제공

‘웰컴투 삼달리’가 조용필의 음악감상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지난 9일 시작한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tvN)는 클래식 공연장이다. 명성 높은 빈신년음악회에서 앙코르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부터,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악가 베토벤의 일명 ‘전원 교향곡’ 등 주옥같은 클래식이 흐른다.

클래식은 이미 지난 4월 ‘신성한, 이혼’(JTBC)과 2020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SBS) 등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지만, ‘마에스트라’는 오케스트라가 배경이어서 공연과 음악을 보고 듣는 재미가 크다. ‘라데츠키 행진곡’과 ‘전원 교향곡’도 극 중 한강필오케스트라가 야외 공연하는 장면에서 차례로 연주됐다. 지휘자 차세음(이영애)이 남편이자 작곡가인 김필(김영재)과 함께 만든 ‘선플라워’처럼, 제작진이 드라마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창작하기도 했다. ‘마에스트라’ 제작진은 “오케스트라가 배경인 드라마여서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클래식이 등장인물들의 연주곡으로도 배경음악으로도 나오면서 더욱 몰입하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마이 데몬’에는 뉴진스가 부른 1996년 곡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에스비에스 제공

드라마 배경음악이 중요해지다 보니 참여하는 가수들도 화려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SBS)은 악마(송강)와 재벌 상속녀(김유정)가 나오는 판타지인데 뉴진스가 1996년 코나의 곡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리메이크해 불러 화제가 됐다. ‘마이 데몬’은 젊은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세련미를 강조하는 로맨틱코미디에서 옛 노래를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옛 노래는 1990~2000년대가 배경이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tvN)처럼 따뜻한 정서를 강조하는 내용에서 주로 사용해왔다.

‘웰컴투 삼달리’도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제주를 배경으로 한 토속적인 향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웰컴투 삼달리’ 제작진은 “명곡이 드라마에서 발휘하는 가장 큰 힘은 추억”이라며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마음에 스며든 명곡은 향수를 소환하며 극에 진한 여운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명곡들이 요즘 세대에게도 익숙해진 점, 드라마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저작권 문제 해결도 수월해진 점 등이 이런 현상의 이유로 거론된다. 한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전세계에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인들도 배경음악 참여에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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