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습격한 디지털…원시부족이 스마트폰 쓴다
우리는 아마존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1970~1980년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기사와 영상으로, 30대는 <노빈손의 아마존 어드벤처>라는 책을, 그보다 젊은이들은 지상파에서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 다큐멘터리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아마존을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바로 순수하고 신비로운 자연과 원시, 그 자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아마존의 이미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하지만 실제 아마존은 다소 다르다. 과학과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아마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지난 브라질 룰라 정부 때부터 싸게 경유를 공급해 거의 모든 원주민 부락이 전기 혜택을 누리며, 통신 기지국이 설치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부족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고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또 충분한 식량과 생필품이 있어 전통 가옥에서 옛 방식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 전통 가옥에 거주하더라도 관광객 유치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젠 전 세계가 평준화된 느낌이다. 제약 기술의 발달로 말라리아, 황열 등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던 질병의 위협도 크게 줄었다. 미국과 서구 제약회사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아 말라리아 약이 우리 돈으로 단 6,000원이다. 나름의 제약기술로 복제 약을 만들어 가난한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 우리의 편의점만큼 약국이 많다. 아마존의 이미지를 수정할 시간이 온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강, 아마존
단 자연은 변치 않고 그대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접근을 불허한다. 강줄기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정글 로지에서 야간에 밀림으로 50m만 들어가도 다큐멘터리에서 들었던 그 신비로운 밤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무마다 전갈, 독거미가 붙어 있고 또 독뱀이 똬리를 틀고 기다린다. 다행히 아나콘다나 재규어는 사람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아마존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강이다. 놀랍게도 지구 담수의 20%가 여기에 있다. 아마존강 유역은 남미대륙의 40%에 달하며, 미국 본토 면적과 같다. 아마존강 주요 지류인 검은강Rio Negro, 마데이라강Rio Madeira도 세계 10대 강에 포함된다. 아마존강 하류 최대 삼각주 마라조섬Ilha de Marajo의 크기는 스위스 면적과 같다.
스케일이 다르다. 아마존은 워낙 방대하고, 인구밀도가 적고, 또 우기와 건기 수면의 높이 차이가 엄청나서 도로나 교량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아마존강에는 다리가 없다.
아마존 탐사를 위해 지난 9월 20일 콜롬비아 국내선을 이용해 강 상류에 위치한 레티시아Leticia에 도착했다. 우기(11월 중순에서 5월 중순)에는 강 수면이 평균 9m 이상, 최고 15m까지 올라가 탐사가 어렵다. 이 시기는 또 지면에 사는 동물에겐 큰 시련의 시간이다. 모두 나무에 올라가 살아남아야 한다. 올해는 가뭄이 심각해 배 운행은 물론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길이는 6,575km로 나일강(6,650km)에 간발의 차이로 1위를 내어주었다. 사실 아마존이 더 길다고 주장하는 학자나 기관도 있다. 가령 최근 페루 지리학계는 신규 탐사결과 아마존강이 7,000km가 넘어 세계 최대의 강이라 주장했다. 남미와 아프리카가 서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확실한 건 수량은 80배나 차이가 난다. 미국 미시시피강 수량의 12배다.
스페인 프란시스코 오레야나Francisco Orellana와 60여 명의 탐험대가 1542년 지금의 페루에서 아마존강을 따라 대서양까지 탐험했다. 그 과정에서 여인들이 포함된 원주민의 공격을 받았는데 그 무리들이 그리스 신화의 아마존 여전사 부족을 연상케 하여 강의 이름이 아마존이 됐다.
안데스산맥이 남미 북쪽 끝 콜롬비아에서 남쪽 끝 칠레 파타고니아까지 태평양을 따라 7,000km 내려가며 하나의 댐처럼 우뚝 선 탓에 남미의 강들은 거의 모두 대서양을 향해 동쪽으로 흐른다. 브라질이 아마존강 유역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상류지방은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다. 열대우림지역을 흐르기에 수량이 어마어마하다. 또 같은 위도라 상류, 중류, 하류 모두 동식물의 분포도 비슷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존을 보기 위해 아마존강의 대도시 마나우스Manaus로 간다. 거기서 정글투어에 참여해 다양한 동식물 체험과 원주민 생활을 구경한다. 강 입구에서 1,500km나 떨어진 마나우스에는 1896년 지어진 오페라 극장이 있다. 이탈리아 대리석과 프랑스 샹들리에를 들여오고 유럽 건축가들을 불러 만들었고, 당시에는 매일 세계 유명 오페라가 열릴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마나우스보다 밀림 접근성 더 높아
아마존강 상류에 세 나라가 절묘하게 만나는 삼각점이 있다. 브라질의 타바팅가Tabatinga, 콜롬비아의 레티시아Leticia, 그리고 페루의 산타 로사Santa Rosa이다. 레티시아에서 국경을 걸어서 넘으면 바로 옆이 브라질 타바팅가다. 주변 반경 80km까지는 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래서 세 나라 주민은 자유롭게 어디서나 일하며 거주하고 마치 아마존 공동체처럼 생활한다. 극단적으로는 하루에 아침, 점식, 저녁을 각기 다른 나라에서 해결할 수 있다.
단 항공편으로 도착한 국가에서 다른 나라로 아예 넘어갈 때는 각 나라 출입국 수속을 확실히 받아야 한다. 출국 수속 후 24시간 이내에 입국 신고를 해야 하며 수속 과정은 간단한 편이다. 팁을 주자면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면 이동이 쉽다.
치안과 관광 인프라 모두 콜롬비아 레티시아가 최고다. 심지어 브라질 출신의 원주민 부락 순환 의사도 레티시아에 거주한다. 나도 레티시아 콜롬비아 관광회사 정글탐사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하지만 하룻밤 머문 정글 로지는 페루 방면 아마존 호숫가에 있었다. 페루 쪽이 지대가 낮고 수량이 많아 핑크 돌고래, 야간 카이만 악어 및 수생동물 관찰에 좋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먼저 계획을 정리했다. 원래는 배로 아마존강을 내려가다 테페Tefe에 들러 아마존 원시림 보존구역을 구경하고, 마나우스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 하려면 교통편이 고속페리로 한정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테페를 건너뛰고 4박5일 큼지막한 정기선으로 마나우스에 가기로 했다. 돈이 많은 사람은 정기선을 타고 마나우스로 간 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테페로 와서 고급 리조트에 머물며 아마존을 구경하기도 한다. 여기가 아마존 제일 중심이고, 또 잘 보존된 보호구역이라 뉴욕과 월가의 호사가들이 좋아한다고 현지인들이 귀띔해 준다. 마나우스에서 아마존강 끝 벨렘Belem까지 1,500km도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정리했다. 아마존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상류부터 아마존강을 탐사하는 다른 방법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이키토스Iquitos로 날아가 배로 페루 산타 로사로 와서, 국경을 넘어 브라질 타바팅가에서 배를 갈아타고 아마존강을 내려가는 것이다. 페루 마추픽추 옆을 힘차게 흐르는 우루밤바강Urubamba도 이키토스를 거쳐 아마존강으로 합류한다.
국경의 세 도시는 국경선이 없기에 콜롬비아 관광사가 페루와 브라질 쪽 아마존 탐험도 다룬다. 마나우스에도 똑같은 아마존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거긴 대도시인 탓에 좀 멀리 나가야 한다. 동물은 인간이 다가오면 더 멀리 달아난다. 그래서 인간의 흔적이 적은 이곳이 더 쉽게 아마존 체험을 할 수 있다.
밀림 로지보다 호숫가 로지
생생한 아마존 체험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최소 1박2일 이상이 좋다. 정글 속, 혹은 강과 연결된 호수에 수상 로지를 만들어 정글에 머물며 아마존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아마존 진면목을 체험하게 한다. 나는 레티시아의 콜롬비아 여행사 1박2일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주 저렴하고 알찬 상품이다.
정말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한다. 끝없이 빌딩타워처럼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 밀림 속에서 나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 무리의 시끄러운 소리들, 수많은 새소리, 수많은 나비, 거미, 다양한 식물들과 독충들까지. 다 표현하기에 내 능력이 모자라다.
아침 일찍 아마존 강가로 나가 자그만 배에 올랐다. 강 건너편 페루 정글로 강을 거슬러 1시간 정도 올라가 강기슭 임시 선착장에 내린다. 천천히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몸집이 아주 큰 핑크색 돌고래를 자주 만난다. 또 회색 돌고래도 만난다. 이 시간이 그들의 먹이 사냥 시간이다. 강폭이 어마어마하게 넓지만 상류라 그런지 유속이 참 빠르다. 돌고래를 사진에 담으려 노력했으나 순간이라 좋은 사진을 남기기 어렵다.
페루 아마존은 우기엔 강물이 15m 정도 올라 대부분 잠긴다. 그래서 정글 수생동물을 관찰하기 쉽다. 그러니 정글체험은 밀림 로지보다 호숫가 로지를 권한다. 강물에 진흙이 물씬 섞여 있어 우기 때 나무들이 어디까지 잠겼는지 황토색 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에서 내려 3시간 정도 로지로 걸어가면서 정글 체험을 한다. 무릎까지 오는 긴 고무장화를 신고 가이드의 안내로 정글로 들어간다. 독충과 선인장처럼 미세한 침을 가진 나무들이 많기에 절대 나뭇잎이나 나무를 가이드 안내 없이 만지면 안 된다. 가이드는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식물,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식물, 원숭이나 새들의 먹이가 되어 배설물로 나와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 원주민들의 사냥용 독을 제공하는 나무, 고무나무, 나비와 거미 등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설명이 너무 중요하기에 영어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
원숭이는 높은 나무에 산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은 얼핏 보이지만 나무가 크고 거리가 너무 멀어 사진에 담기 참 힘들다. 이런 경험을 하며 3시간 정도 정글 숲을 걸으면 호숫가 로지에 도달한다.
밤이 깊은 정글 속, 카이만 악어
로지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도 있고 모기장이 있는 침실, 샤워시설도 있어 부족함이 없다. 호숫가에 앉아 끝없는 아마존 정글을 보고 쉰다. 그러다 노을 무렵 카누를 타고 아마존 체험을 나간다. 이때가 독수리, 해오라기 등 조류들의 사냥이 슬슬 시작되는 시간이다. 나무 위의 수많은 독수리, 기슭의 해오라기, 카이만 악어의 공격을 피해 풀쩍풀쩍 뛰어오르는 거대한 물고기들의 공방전이다. 그들에겐 치열한 적자생존의 장인데 나는 밀림 위로 지는 석양을 평화롭게 바라봤다. 인생 최고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2시간 동안 카누 체험을 하고 돌아와 저녁 식사 후 장화를 신고 이번엔 밤의 정글로 들어선다. 숙소에서 나서면 바로 밀림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들었던 밤의 정글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나무에 불빛을 비추면 수많은 개구리, 독거미, 전갈들이 붙어 있다. 밤은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시간이다. 나무 위에 올라가 숨은 쥐, 바닥에 바짝 붙어 나뭇잎과 같은 보호색으로 숨어 둥지를 튼 새. 사실 나는 봐도 잘 몰랐는데 가이드가 정말 잘 찾는다.
정글의 밤 체험이 끝나면 카누를 타고 카이만 악어 구경에 나선다. 악어는 강의 빠른 흐름을 싫어해 강과 연결된 호수에 많이 산다. 호수 곳곳에 카이만 악어의 빨간 두 눈이 보인다. 호숫가 얕은 곳은 새끼 카이만 악어가 득실거린다. 운이 좋아 가이드가 귀여운 카이만 새끼 한 마리를 잡아 보여준다. 큰 카이만 악어는 호수 깊은 곳에 산다. 빨간 두 눈을 향해 카누를 저어가면 물속으로 잠수한다. 그래서 물에 떠있는 악어 머리를 보는 게 참 신기하다. 악어가 사냥에 나서면 가물치보다 몇 배는 더 큰 물고기가 물 위로 펄쩍 펄쩍 뛰어 오른다.
로지 전체를 모기장이 싸고 있고 또 개별 모기장이 있는 침대에서 잔다. 여기서 잡은 물고기와 열대 과일 야채로 식사를 하는데 맛도 좋다. 정글 로지보다 물가에 있는 로지를 선택하면 훨씬 다양하고 편하게 아마존을 경험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 후 카누로 아마존의 아침을 구경한다. 또 피라냐 낚시를 한다. 미끼는 닭고기를 쓴다. 피라냐는 바로 옆에서 수영을 해도 큰 물장구만 치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인물고기란 누명은 우리의 편견이 만든 것이었다.
낚싯대로 물을 한 번 휘저은 다음 바늘을 던지면 금방 피라냐가 나타난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나타나 미끼를 인정사정없이 뜯어가기 때문에 허탕치기 일쑤다. 열댓 번 시도해야 겨우 한 마리 낚는다. 가이드의 지시대로 피라냐 입을 열고 덮여 있는 막을 드러내니 무시무시한 톱날 같은 이빨이 나타난다. 정말 아마존의 전설적 물고기답다. <다음 호에 계속>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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