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2兆 상생안’...대출금리 4% 넘는 자영업자에 ‘최대 300만원’ 캐시백

김보연 기자 2023. 12.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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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조+α’ 상생금융안 발표
대출금 2억 한도...납부한 이자 최대 90% 지급
‘3억, 5% 금리’로 대출 받았으면 180만원 환급
내년 2월부터 지급키로
그래픽=손민균

은행권이 고금리 국면에서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환급한다. 대출금 한도는 2억원으로, 금리 연 4%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돈 빌린 사람)에게 연간 납부한 이자의 9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21일 20개 은행과 간담회를 열고 ‘2조원+알파(α)’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이같은 ‘이자 캐시백’ 실시로 약 187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조600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추산했다. 부동산 임대 사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자 캐시백은 전날(20일)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며, 대출을 최초 실행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납입한 이자를 환급하는 것이 골자다. 차주가 만약 2022년12월21일 대출을 실행했다면, 이로부터 1년 뒤인 올해 12월20일까지 납입한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출을 받은 지 1년이 넘지 않은 차주의 경우 납입한 이자 일부는 일시로 지급하고, 추후 나머지 이자를 내면 은행이 분기별로 지급할 계획이다.

‘대출금 2억원 한도, 4% 초과 이자 납부액 90% 지급, 최대 300만원’ 공식을 대입해보면 대출금 3억원을 연 5%의 금리로 받아 지난 1년간 원금과 이자를 갚아온 소상공인·자영업자는 18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은행별 여건에 따라 지원금액 한도 및 감면율은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는 “은행의 건전성을 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취약차주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일부 지원 기준을 은행 자율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자 환급은 내년 2월부터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은행권은 3월까지 전체 금액 1조6000억원 중 50%를 집행하는 것이 목표다. 은행들은 1월 중순까지 이자 캐시백 대상자를 추리고 자금 집행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별도의 신청 절차는 없다.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은행별로 지원 대상을 추려 직접 차주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나머지 4000억원은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집행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외 전기료·임대료 지원, 다른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진흥원 자금 출연 등의 다양한 방안을 은행이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2조원은 20개 은행 중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두 곳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올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하기로 했다. 작년 기준 은행별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2조7910억원(25%), 하나은행 2조6098억원(23%), 신한은행 2조2457억원(20%), 우리은행 2조712억원(18%), 농협은행 1조6101억원(14%) 순이다. 은행별 지원액은 5대 은행 기준 2000~3000억원 수준일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적 지원(+α)을 할 예정이다.

앞서 3차례 열린 은행권 ‘민생 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분담 기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당기순이익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은행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국민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며 “이 점을 감안해 당기순이익을 배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론 냈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3 보이스피싱 우수 지킴이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총 지원액 2조원은 지금까지 은행권의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여에 있어 가장 큰 규모”라며 “내실있는 방안이 마련된 만큼 이제 소상공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은 그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해 체감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조속한 시일 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차질 없게 준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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