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서 유력 정치인으로…키케로의 도전과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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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여년의 차이를 두고 동양과 서양의 가장 강력한 제국이 내전에 휩싸인 건 흥미로운 일이다.
로마제국도 그로부터 100여년 후 내전에 휩싸였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등 원로원파가 카이사르를 암살한 후 키케로의 이름을 외친 이유였다.
저자는 키케로에 대해선 "결함도 있었지만 죽음으로 명예를 지켰다"고 평했고, 카이사르는 "그보다 더 많은 공감이나 반감을 일으킨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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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불과 100여년의 차이를 두고 동양과 서양의 가장 강력한 제국이 내전에 휩싸인 건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은 진나라 멸망 후 항우와 유방이 권좌를 놓고 쟁투했다. 로마제국도 그로부터 100여년 후 내전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카이사르·폼페이우스가, 그들 사후에는 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가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키케로(B.C.106~B.C.43)는 그런 걸출한 영웅들 틈바구니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가 추락한 정치가였다. 탁월한 언변과 변론으로 로마 최고의 변호사로 자리매김했고, 재무관, 시정관, 법무관 같은 요직을 거쳐 집정관(콘술)에 올랐다. 한미한 가문 출신으로 당대 로마를 쥐락펴락하는 귀족들과 용장들 사이에서 스러져가던 공화정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프랑스 역사가이자 문인 가스통 부아시에(1823~1908)가 쓴 '키케로와 친구들'(닫집)은 키케로가 남긴 편지를 중심으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과 요동쳤던 로마 정국을 조명한 에세이 양식의 역사서다. 1884년 출간된 책인데, 국내에선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돼 소개됐다.
키케로는 탄탄한 논리와 탁월한 언변으로 법정에서 주목받았고, 곧 로마 제1의 변호사로 명성을 드날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승소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이전에 주장했던 것과 반대되는 말을 하곤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게 비일비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테오도어 몸젠 등 독일 사학자들이 그를 지속해서 비판했던 이유였다.
승소하는 데 도움은 됐지만 정치인이 돼서는 때론 그런 말 습관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연설에서 다루는 문제보다 말 그 자체에 매달렸다. 이 때문에 후대 사학자들로부터 수사는 유려했으나 핵심에 가닿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저자도 "그의 말에는 너무 많은 기교와 절차가 있었다"고 비판한다.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았고 군인 정치가들 사이에서 줄타기하곤 했지만, 키케로는 궁극적으로 원로원의 이익을 대변했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등 원로원파가 카이사르를 암살한 후 키케로의 이름을 외친 이유였다.
그는 안토니우스를 옥타비아누스가 몰아내자 "조국을 지키라며 하늘이 보내신 신 같은 청년"이라고 칭송했다. 공화정 원로로선 경솔한 발언이었다. 그는 결국 그렇게 믿었던 옥타비아누스의 배신으로 안토니우스 일파에게 척살됐다.
"옥타비아누스는 키케로를 죽이고, 레피두스는 자기 동생 파울루스를 죽이고, 안토니우스는 외삼촌 안토니우스 루키우스 카이사르를 죽이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욕심이 권력에 사로잡히면, 분노와 격정은 인간성까지 말살해 들짐승보다 더 잔인해진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中 '키케로'편)
책은 로마 공화정 말기 상황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는 "개인이 바라본 사회상을 판단하려면 건전하고 좋은 면만 볼 수는 없다. 더럽고 구린 밑바닥까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브루투스 등 여러 군웅의 면모를 조명한다.
저자는 키케로에 대해선 "결함도 있었지만 죽음으로 명예를 지켰다"고 평했고, 카이사르는 "그보다 더 많은 공감이나 반감을 일으킨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로마 최고의 귀족 가문 출신이자 키케로가 극찬한 브루투스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했다.
인물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책이다. 등장인물이 겹치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비교해가며 읽어 내려가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당대 인물들을 그려볼 수 있을 듯싶다.
정진국 옮김. 44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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