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SF?' 또 나돌기 시작한 김하성 '트레이설'…이정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같이 뛰면 좋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또 같은 팀에서 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입단식 일정을 모두 마친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인천공항에는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당초 예정보다 도착이 지연됐지만 이정후는 활짝 웃으며 입국장을 통과했다.
이정후는 지난 2022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이정후는 왼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KBO는 지난달 2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정후의 포스팅을 요청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5일 이정후의 포스팅을 공시하면서 본격 빅리그 도전이 시작됐다.
올해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빼면 눈길을 끄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력 보강에 혈안이 돼 있는 구단의 입장에서는 '흉년'과도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아시아에서 메이저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길 선수들이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정후에게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됐다.
이정후는 포스팅이 되기 전부터 메이저리그 20개 이상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찾을 정도로 '진심'을 표현했고, 이밖에도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등 좌타자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이정후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정후의 몸값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정후가 5000~6000만(약 650~780억원) 수준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예상한 것은 'CBS 스포츠'로 6년 9000만 달러(약 1170억원)이었지만, 결코 1억 달러는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69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품에 안았다.
이정후는 '어썸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맺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07억원),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할 당시의 6년 3600만 달러(약 468억원)의 계약을 가볍게 따돌렸다. 그리고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9000만 달러)를 제치고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뉴욕 양키스에 입성할 때의 1억 5500만 달러(약 2015억원)에 이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역대 2위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단숨에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 '연봉킹'으로 등극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작 피더슨이 1965만 달러(약 255억원)으로 최고 연봉자였는데, FA 시장에 나간 상태다. 따라서 연평균 1833만 달러(약 238억원)을 받는 이정후는 로건 웹과 마이클 콘포토의 연평균 1800만 달러(약 234억원)를 제치고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게 되면서 2024시즌에는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원정 개막 4연전을 시작으로 162경기의 대장정을 시작하는데,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과는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벌어지게 됐다. 이정후는 "상대 팀으로는 처음 만나게 되는데, 설레고 기대도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가운데 'MLB.com' 은 샌프란시스코가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브랜든 크로포드가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가게 되면서 현재 유격수가 공석인 상황.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에 팀 페이롤을 줄이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따라서 이정후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정후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이정후는 '김하성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았다.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은 없으냐'는 말에 "(김)하성이 형과는 같은 팀에서 뛰면 좋죠"라고 말하며 "워낙 메이저리그에는 팀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또 한 번 같은 팀에서 뛰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샌디에이고와 개막 4연전을 치른 후 샌프란시스코는 4월 2~4일 다저스와 격돌한다. 따라서 이정후는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와도 시즌 초반부터 타석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에 이정후는 "오타니와 나는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타니는 전세계적으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고, 나는 이제 시작을 하는 단계의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계약 금액에 있어서도 오타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너무 잘해주셔서 나도 그 덕을 봤다. 형이 잘해놓은 것을 내가 망칠 수 없다. 나도 열심히 해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을 좋게 남기고 싶다. 그래야 또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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