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칠곡'의 전장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다
●탄흔을 품고 살아가는 300년 느티나무 고목
300년 느티나무 그늘 아래 정자는 마을 사람들의 쉼터다. 오가며 힘들 때 팍팍한 다리 쉬어가는 고마운 나무 그늘이며, 모여 앉아 정겨운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 망정리, 망정1리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 고목 이야기다.
고목 앞에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 때 마을을 지켜준다는 뜻을 담아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나무가 고사하면서 뿌리에서 새 줄기를 키워냈다고 한다. 그 나무가 현재 남아 있는 300년 느티나무다. 수백 년 넘은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새 나무를 간혹 볼 수 있는데, 이 나무 또한 그렇게 자랐던 것이다.
나무에는 시멘트로 메운 커다란 구멍 자국이 있고 그 뒤편에 커다란 옹이 같은 게 있는데, 그게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벌어진 55일 간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란다.
300년 느티나무 고목은 전쟁의 상처를 품고 지금도 봄이면 새잎을 피워내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 너른 가지 아래 사람들을 쉬게 하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평온한 시간을 선물한다. 잎 다 떨어지는 겨울이면 나무는 다시 새 봄에 피워낼 새잎의 푸르른 생명을 위해 늙은 몸을 스스로 지탱하며 겨울을 난다.
느티나무 고목이 몇몇 잎을 간신히 움켜쥐고 겨울을 준비할 무렵 나무 앞에 서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생긴 상처를 어루만진다. 차고 딱딱하며 거칠게 느껴지는 건 나무의 껍질이 아니라 상처를 품고 지금껏 견뎌온 나무의 시간이었다.
●지게부대를 아시나요?
한국전쟁의 상처를 품고 살고 있는 느티나무 고목에서 직선으로 200m가 안 되는 거리에 한국전쟁 당시 55일 간의 전장이었던 낮은 산이 있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지게 조형물과 비석 등이 놓여있다. 이른바 328고지 전투의 현장이다.
낮은 산이지만 낙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고지, 55일 동안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서 전사가가 1만 여명에 달했다. 고지의 주인은 15번이나 바뀌었고, 칠흑 같은 밤에는 손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해가며 백병전을 치렀다. 호를 파기 어려운 지형에서는 시체를 쌓아 방호벽을 만들고 몸을 숨기며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켜낸 이 땅이었다.
2018년부터 적군과 아군 구분하지 않고 이곳에서 전사한 모든 이의 혼령을 모시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념과 전쟁, 분단의 아픔, 민족상잔의 비극을 넘어서는 인류애다. 비석 옆 작은 제단에는 누군가 놓고 간 꽃이 놓여있었다. 지게 모형의 조형물은 무슨 상징일까?
328고지 전투 당시 지게에 탄약, 연료, 자재, 식량, 식수 등 보급품을 지고 나르던 이른바 '지게부대'의 활약을 새기기 위해 지게 조형물을 세워놓은 것이다. 유엔군은 당시 지게가 알파벳 'A'자를 닮았다하여 이들을 'the A-Frame Army'라고 불렀다. 당시 지게부대 구성원의 나이는 40~50대였다고 한다.
●카페 시차에서 쉬다
328 고지 전투의 현장에서 지게부대 이야기를 새겨듣고 찾은 곳은 카페 시차였다. 망정리 옛 집과 골목을 걸어서 시차를 찾았다. 너른 마당에 원호를 그리며 이어지는 건물은 하늘에도 둥그렇게 선을 그었다.
커피와 차를 먼저 고르고 그것에 곁들일 호지통밤파운드케이크, 호지 바치 디 다마, 호지초콜릿크림으로 구성된 호지플레이트와 마들렌을 주문했다. 너른 마당을 볼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청춘 남녀의 사랑스런 오후, 중년 아주머니들의 느긋한 오후, 젊은 여자들의 생기 돋는 오후, 그곳의 오후는 사랑과 느긋한 평온, 생기로 가득했다. 시차 건물이 하늘에 만든 둥그런 선에 풍경이 담겼다. 328 고지 전투의 현장이었던 낮은 산도 그 풍경에 담겼다.
●평화전망대에서 굽어 본 낙동강은 말없이 흐르고
다른 여행지 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둘러 찾은 곳은 303 고지에 세워진 평화전망대였다. 평화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전망을 보고 시간을 기다려 노을까지 보려했던 게 원래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늦어 노을만 봐야 했다.
평화전망대가 세워진 곳은 한국전쟁 낙동강 전투의 격전지였던 자고산(작오산) 303 고지다. 303고지 전투는 유엔군과 북한군이 격전을 벌인 곳이다. 그 전투에서 사망한 미군 45명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촛불 모양의 조형물은 이곳에서 55일 동안 벌어진 낙동강 전투를 상징하는 뜻에서 5.5m 높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해질녘인데도 사람들 몇몇이 전망을 즐기고 있었다. 노을 뒤에 이어지는 야경도 멋있다며 영하의 찬바람을 견디는 모습이었다.
왜관 읍내, 강 건너편 관호산성 관평루, 칠곡보와 철교가 통쾌한 전망 속에 놓였다. 강 건너 산 뒤로 떨어지는 해는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다 붉은빛을 내뿜는다. 새 한 마리 공중에 떠서 바람을 품고 정지해있다가 먹이를 발견했는지 쏜살 같이 하강하여 사라진다. 그러곤 다시 날아올라 바람을 품고 정지한 상태로 세상을 굽어본다. 하늘은 울긋불긋 물든 노을빛을 머금었다. 그 아래로 낙동강은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왜관시장과 그 주변 음식들
입맛이야 사람 수 만큼 다 다르니, 이게 맛있다 저게 맛있다 하는 것도 다 자기 입맛일 터.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은 음식점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한번 쯤 먹어볼만 하지 않겠는가. 한 번 먹어보고 다시는 안 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 번 맛본 음식이 입에 맞아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칠곡의 지인이 추천한 세 집을 소개한다.
왜관시장 부근 중화반점은 5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연세 많으신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터라 바쁜 점심시간에 손 많이 가는 요리 종류는 주문하기 죄송하다고 하니, 미리 예약하는 센스가 필요하겠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의 주인공인 짬뽕이 유명하단다.
제일반점은 20년이 넘은 집이다. 지인에 따르면 이집을 상징하는 음식은 매운고추잡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점심 먹을 시간대에만 반짝 문을 열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고 찾아가는 게 필수라고 알려준다.
오래 된 집은 아니지만, 두 중국음식점과 함께 현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고바우손만두도 추천했다. 쫄면, 라면,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집인데, '군만두'도 인기란다. 지인은 특히 새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채소와 함께 먹는 비빔만두를 추천했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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