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서는 후배 나와야"…김광현, SSG 투수들과 미니캠프
"2023년은 답지 밀려 쓴 느낌…김광현이 4, 5선발로 뛰는 SSG 되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이자 '전직 빅리거' 김광현(35·SSG 랜더스)이 2024년 1월에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속팀 후배 투수들과 '미니 캠프'를 꾸린다.
김광현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맙게도 후배들이 함께 개인 훈련을 하자고 한다"며 "새해 1월 3일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21일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승건(23), 오원석(22), 이기순(20) 등 올해 1월 '오키나와 김광현 미니 캠프'에 참여했던 왼손 투수들에 이로운(19), 신헌민(21) 두 명의 오른손 투수가 합류해 새로운 미니 캠프를 꾸린다.
올해 1월에 김광현은 박시후(22) 등 후배 4명과 함께 오키나와로 떠나 약 20일 동안 함께 훈련했다.
김광현은 "이번에는 후배들에게 '훈련 멤버를 정해보라'고 했다"며 "올해 1월에는 선수가 나 포함 5명이어서 '캐치볼 파트너' 짝이 맞지 않았다. 올해는 투수 6명이어서 훈련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고 웃었다.
올해 1월에 이어서 2024년 1월 미니캠프에서도 김광현이 후배들의 체류비를 지원한다. 항공료는 각자 부담하지만, 김광현은 숙박과 식사 등 후배들의 체류비를 책임지기로 했다.
김광현은 "절대 미담이 아니다. 사실 내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아무리 편하게 대해도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선배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나와 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나는 지도자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하는 세대였다. 후배들은 알아서 몸을 관리하고, 훈련 일정도 짠다. 이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오히려 배운다"고 손사래 쳤다.
하지만, 빅리그 출신의 선배와 함께 금전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비활동 기간 훈련을 하는 후배들은 "정말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훈련 강도는 올해 1월보다 높일 생각이다.
김광현은 "나를 포함해 올해 1월에 함께 훈련했던 선수들 모두 아쉬움을 안고 2023시즌을 마쳤다"며 "내년에는 정말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 후배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SSG가 전반기에는 선두 다툼을 했지만, 후반기에 밀렸다. 후배 중에 여름 이후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낸 투수도 있다"며 "체력 훈련 강도를 높이고, 투구 수도 조금 더 늘릴 생각이다. 코어 훈련도 많이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SSG는 KBO리그 최초로 개막전부터 정규시즌 종료일까지 1위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하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승리해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NC 다이노스에 3번 연속 패해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2022년 정규시즌에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역투했던 김광현도 2023년에는 어깨 통증 등에 시달리며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김광현은 "답지를 밀려 쓴 느낌"이라고 2023년을 돌아봤다.
그는 "2022년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총 184⅔이닝을 던졌다. 이어달리기하는 기분으로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했다"며 "3월 WBC에서 내 성적도, 한국 대표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이후 답지를 밀려 쓴 것처럼 정규시즌도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고 곱씹었다.
김광현이 가장 아쉬워한 경기는 NC와의 준PO였다.
그는 "5전 3승제 준PO에서 1승도 하지 못하고 패했다. 2차전 선발로 등판한 내가 부진(3이닝 5피안타 4실점)한 것도 준PO 패인 중 하나였다"며 "너무 아쉽고, 죄책감까지 느꼈다. 지금도 팬들과 동료들에게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김광현에게는 만회할 기회가 있다.
여전히 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SSG 마운드의 핵이다.
김광현은 "올해 시즌 초에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후반기에는 괜찮았다"며 "나이가 들면서 부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겨울에 보강 훈련을 충실하게 하면 올해보다는 훨씬 좋은 몸 상태로 2024시즌 개막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26일부터 개인 훈련 강도를 높일 생각이다. 2024시즌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의욕도 드러냈다.
어린 시절부터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은 일찌감치 넓은 시야로 팀 전체를 살폈다.
SSG는 세대교체 버튼을 눌렀지만, 동시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타 김광현과 최정이 현역으로 뛰는 동안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는 다른 색의 목표도 가지고 있다.
김광현은 "당연히 2024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하면서도 "더 어린 선수들이 SSG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구단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SSG가 '김광현이 4, 5선발로 뛰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런 나를 넘어서는 후배 투수가 나와서, 내가 4, 5선발로 뛰는 게 내 바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구단이 오랫동안 강팀으로 군림하는 길"이라며 "한국시리즈 1선발로 후배 투수가 등판하고, 내가 4차전 정도에 선발 등판해 우승하는 상상을 한다.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자신의 바람을 이루고자 김광현은 기꺼이 지갑과 마음을 열고 후배들의 훈련을 지원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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