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이 독이 된 마르시아스[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44)
인생에서 잘나갈 때, 자신은 여전히 성공할 것이라 착각한다. 자신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아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자만심은 금물이다. 독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자신의 실력만 믿고 신에게 도전했던 인물이 마르시아스다. 숲의 정령 마르시아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동물인 사티로스다. 어느 날 숲속의 님프들을 쫓아다니다가 피리처럼 생긴 악기 하나를 발견한다. 이 악기의 이름은 아울로스. 좌우 2개의 관으로 이루어진 피리로 관능적인 음색이 특징이다.
정작 그것을 발명한 아테나 여신은 볼을 부풀려 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숲속에서 아울로스를 주운 마르시아스는 늘 불고 다녔다. 그는 이 악기가 세상에서 최고의 악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리라의 신이라고 불리는 아폴론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아폴론보다 더 뛰어난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친구인 사프로스들에게 말해 아폴론의 분노를 자아낸다.
피리 연주에 자신이 있던 마르시아스는 급기야 아폴론에게 리라 연주와 자신의 아울로스 연주 중 어느 쪽에서 더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겨뤄보자는 도전을 하기에 이른다. 아폴론은 마르시아스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대신 대결에 지면 승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기 위해 예술의 신 무사이들에게 심판을 맡겼다.
두 연주자는 온 힘을 다해 연주를 했다. 좀처럼 승자가 가려지지 않자 아폴론은 악기를 거꾸로 들고 연주해보자고 제안했다. 승리는 아폴론에게 돌아갔다. 아폴론은 리라를 연주하는 데 성공했지만, 마르시아스는 아울로스 연주에 실패했다. 대결에서 진 마르시아스는 나무에 매달려 가죽이 벗겨져 죽었다. 마르시아스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그의 친구인 다른 사티로스들과 님프들이 흘린 눈물과 함께 강물을 이뤘고, 그 강엔 마르시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르시아스가 아폴론과 대결에서 진 후 형벌을 받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티치아노 베첼리오(1488년경~1576)의 ‘살가죽이 벗겨지는 마르시아스’다. 화면 중앙, 마르시아스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왼쪽 월계관을 쓰고 있는 아폴론이 칼로 직접 가죽을 벗기고 있다. 오른쪽에는 사티로스가 양동이를 든 채 마르시아스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인물은 아폴론이 마르시아스의 가죽을 벗기는 이유를 설명한다. 마르시아스의 몸이 붉은색으로 얼룩져 있는 것은 살가죽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맨 아래쪽 마르시아스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받아먹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은 이 작품의 잔혹함을 강조한다.
능력이 뛰어나도 운이 따라야 한다.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다면 행운의 여신은 더 이상 내 편이 아니다. 실력과 운,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싶다면 항상 자신의 마음을 남에게 숨겨야 한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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