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곧’ PD “암투병 박소담 힘든 티도 안 냈다…촬영장 공기청정기 설치”[EN:인터뷰②]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하병훈 감독이 배우 박소담의 프로다운 면모에 고마움을 표했다.
12월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극본/연출 하병훈)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주인공 최이재(서인국 분)가 죽음(박소담 분)이 내린 심판에 의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2021년 갑상선 유두암 투병 사실을 고백한 후 수술을 받은 박소담의 복귀작으로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소담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갑상선 유두암 수술 후 촬영하느라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감독 배려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병훈 감독은 "이번 작품을 복귀작으로 선택해 줘 정말 고마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본인이 아팠고, 익숙했던 걸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누가 해도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고,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익숙하고 잘하는 걸로 갈 수도 있는데 완전한 연기 변신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호흡을 맞춰 본 박소담은 어떤 배우였을까. 하병훈 감독은 "전 현장에서 (박소담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끝나고 배우에게 따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힘든 거 왜 이야기 안 했냐고 했더니 어떻게 티를 내냐고, 가뜩이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인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 자기가 더 불편했을 거라고 하더라. 티를 내지 않고 프로처럼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병훈 감독은 "(투병 후) 복귀작인 만큼 한 회차 찍고 조금 쉬다가 오게 하기도 했다. 원래 은신처 같은 경우 세트이다 보니까 3~4회 차를 밤새서 다 찍고 바로 세트를 부수면 되는 상황이었다. 주연 스케줄도 빨리빨리 진행해 주는 게 좋으니까"라며 "제가 해줄 수 있는 배려는 천천히 폼이 올라올 수 있게끔, 컨디션 찾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현장에 먼지 같은 게 워낙 많아서 제작부한테 따로 이야기해서 주변에 공기청정기를 다 두르게 했다. 중간중간에 촬영 빨리 안 가도 되니까 환기를 시켰다. 저 나름대로 병(갑상선 유두암)을 앓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찾아봤고 저 나름대로는 노력을 했는데 아마 몰랐을 거다. 서로 몰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후반 작업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제작 과정이 여유롭지는 않았다고. 하병훈 감독은 "2월 말에 촬영을 나갔지만 9월 초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까 은신처 세트도 깔끔하게 하고 CG 없이 나무만 CG로 하자고 했다. 장승조 배우 같은 경우도 CG 없이 리얼로 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병훈 감독은 "2부에서 서인국과 김강훈이 몸이 바뀌는 신이 있는데 그 신 역시 CG 없이 했다. 거울로 반사되게, 정말 아날로그 방식으로 찍었다. 카메라 뒤에 어마무시한 스태프들이 왔다 갔다 했다. 오전 하루종일 찍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18번 만에 오케이가 났다. 서인국은 18대를 맞은 거다. 근데 다들 자기 때문에 중간중간 NG가 나니까 나 때문에 NG가 나면 안 된다는 기합이 들어갔다. 유인수 배우가 좀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반사된 스태프 때문에 NG가 나기도 했다. 완성본을 다 같이 봤는데 다들 정말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성훈은 몸을 사리지 않은 스카이다이빙 연기로 작품에 활력을 더했다. 하병훈 감독은 "낙하산 전문 업체에 자문을 받으려고 미팅을 했다. 제가 대한민국에 왜 톰 크루즈는 없냐는 말을 했는데 (업체 관계자가) 성훈 배우가 주말마다 와서 뛴다고, 취미라고 하더라. 그날 성훈 배우에게 전화를 했다.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 뛰면서 어딘가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뛰고 있지, 왜 이렇게 재밌지 싶었다더라. 분량은 적지만 리얼 그림으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선 주말에만 뛸 수 있고, 하루에 최대 13번 뛸 수 있다. 성훈 배우가 한여름에 찍었는데 땀이 한가득 났다.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동안 돈 주고 주말마다 뛰었는데 공짜로 뛰는 거라고, 괜찮다고 하더라. 하루에 13번 뛰었고 연습 때도 따로 뛰었다. 뒹굴고 부딪히는 연기도 리얼이었다. 주말마다 부딪히고 뒹구는 연습도, 대사 연습을 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장승조의 오토바이 액션신도 화제였다. 하병훈 감독은 "액션을 찍어본 적은 없다. 애니메이션 그림으로 해서 콘티를 다 만드는 작업을 했다"며 "회차는 정해져 있었다. 과연 그 한 컷을 위해 이 회차를 포기하면서까지 찍을 거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질문했다. 근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론 컷에 힘을 줬다. 못 본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가 헬멧 없이 찍는데 뒤에서 따라가 얼굴까지 보여주는 앵글은 쉽지 않다. 우리는 직접 배우가 연기를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마음대로 찍어도 다 쓸 수 있는 컷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 위에서 찍는 신을 위해 다리를 빌리고 싶었는데 다 거절당했고 울산대교 위에서 찍게 됐다. 울산대교 섭외하는 데 너무 힘들었다. 오정세 배우 캐스팅하는 만큼 힘들었다. 6개월 동안 계속 거절당하고 지인, 시청, 시장님께 부탁했는데 다 거절당했다. 나중에 혼자 찾아가 시장님 쪽 분들을 만났다. 진짜 대단하다고, 포기를 안 하냐고 찍으라고 하더라. 원래는 안 돼서 풀 CG를 할 생각이었는데 제작비도 안 되고 퀄리티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작비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하병훈 감독은 "정확한 제작비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많이는 들었다. OTT 드라마 평균 단가를 따지면 많지 않았고, 티빙 기준으로는 많았다. 티빙 기준으로는 역대급이었다. 아마존 쪽도 좀 부족하게 주긴 했다. 이걸 메꾸려다 보니까 줄일 거를 생각했다. 대본에서 줄일 거를 생각했고 현장에서도 CG를 최대한 줄여보자고 해서 아날로그적 그림을 최대한 많이 넣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는 1월 5일 공개된다. 하병훈 감독은 "모든 배우들한테 다 만족했다. 그리고 파트2에 나오는 김재욱 배우가 장르물로 나오고 오정세 배우는 형사물로 나온다. 원작이랑 많이 바뀌었다. 장르물의 대가, 특화된 배우, 연기의 신이다 보니 같이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도 많이 받았다. 흘러가는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배우가 힘을 많이 준 신으로 만들어줘 좋았다. 멋있으면 안 되는 캐릭터인데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배우의 힘이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배우가 연기를 잘했지만 개인적으로 파트2에서 김재욱 배우가 서인국 배우와 합이 잘 맞는 최이재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감정과 감정의 연결인데 묵직한 감정을 받아 잘 연기했다"고 귀띔해 파트2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사진=티빙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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