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화 KOFICE 원장 "착하고 겸손한 한류로 가야 지속가능"
MBC PD 출신…'국뽕' 경계, 부단한 '변화·혁신' 주문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소통과 연대를 통해 착하고 겸손한 한류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른바 '국뽕'은 경계대상 1호죠."
1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만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코피스) 정길화 원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한류는 일방주의·상업주의로 흐를 수 있는 만큼 공공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3년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으로 출범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코피스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국제문화교류 전담 기관이다. 우리 사회 공적 가치를 높이고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8일 공공브랜드 문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정 원장은 "20년 전에는 한류의 권역을 아시아권으로 한정 짓고, 한류를 문화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며 "2018년 조직의 명칭이 바뀐 것은 한류 진흥을 위해 국제문화교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MBC PD, 홍보심의국장을 거쳐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역임했다. MBC 퇴직 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비즈니스 자문위원,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겸임하는 등 이 분야 전문가로 활약했다.
불과 10년 전 콘텐츠 세일즈맨으로 드라마 '대장금' DVD를 들고 중남미 지역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다는 그는 지난 10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류생활문화한마당 모꼬지 대한민국'에서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꼈다. 멕시코 전역에서 몰려든 K팝 팬들은 콘서트 티켓을 받기 위해 두 시간씩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어 '떼창'을 하고 커버댄스를 추며 공연을 즐기는가 하면, K푸드·K뷰티 등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 연중 진행된 '코리아 시즌'을 통해 한국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창극과 무용, 클래식,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등 K컬처의 다양한 모습 역시 현지 관객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주한외국인 유학생들로 구성된 글로벌 문화기획단 '아우르기'는 올해 선발 과정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근 누적 방문자 수 100만명을 돌파한 한류 메타버스 'K-원더랜드'에는 전세계 MZ세대가 모여 자신들만의 놀이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류 지식자산(IP)과 국내 중소기업을 매칭,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상품 수출을 돕는 '한류연계 협업 기획개발 지원'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그동안 코피스가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온 활동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한류 파급력이 큰 일부 지역에서 혐한류, 반한류 기류가 감지됐던 것도 사실이다.
코피스는 2년 전부터 아시아 국가 신인 유망주를 초청해 체계적 트레이닝 기회를 주는 '동반성장 디딤돌 프로젝트'를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다른 연예기획사 연습생처럼 하루 7∼8시간씩 맹훈련을 한 끝에 지난 9월 '아시아송 페스티벌' 무대에서 한국 데뷔전을 치른 인도네시아 걸그룹 '스타비'가 그 주인공.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가교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 정 원장의 귀띔이다.
정 원장은 "K팝 종주국으로서 노하우를 공유해 베트남 'V팝', 태국 'T팝'으로 지역화에 성공한다면 '한국 연예인들은 돈만 벌어간다'는 인식을 타파하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세계한류국제학술대회'에 모인 학자들 또한 '한류의 현지화'에 주목했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K에 기반을 두되, K를 딛고 넘어서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한류의 모습이다.
선배 PD로서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우리만 보는 콘텐츠가 아닌 만큼 인종·젠더 같은 보편적 문제도 신경 쓰면서 자기 복제에 빠지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혁신해야 합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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