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즐긴 유아인→누명 벗은 지드래곤, 역대급 마약 스캔들[연예계 결산①]

이슬기 2023. 1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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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사진=뉴스엔DB)
이선균. (사진=뉴스엔DB)
지드래곤. (사진=뉴스엔DB)
남태현. (사진=김태원 채널)
(사진=사유리, 김태원 채널)

[뉴스엔 이슬기 기자]

한국이 '마약 청정국' 타이틀을 벗은 지 오래다. 올 한해 한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2만 명에 이르고, 해외 마약 조직이 한국을 마약 판매 거점으로 삼을 만큼 마약의 늪에 빠져버렸다. 연예계 역시 마약 스캔들을 피해가지 못하고, 1년 내내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유혹에 무너졌던 스타들이 "그거 끊을 때 뱃속으로 막 괴물이 들어온다"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습 마약' 포승줄 묶인 유아인의 추락

올해 첫 마약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건 배우 유아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유아인이 지난 2021년 1월 4일부터 2021년 12월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2021년에만 서울시내 병원에서 처방받은 프로포폴은 73차례에 걸쳐 4497밀리리터에 달한다는 것.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 결과 유아인의 모발에서는 프로포폴 외에도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모두 4종류의 약이 확인됐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레미마졸람 등을 투약한 혐의를 받게 됐다. 또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 매수한 혐의도 있다. 또한 유아인은 올해 2월 마약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인들과 수사 대응 방안 논의 과정에서 증거 인멸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아인에 대해 두 차례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은 유아인에게 대마, 향정, 대마교사, 증거인멸교사, 의료법위반, 사기, 국민건강보험법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영장실질심사에서 유아인은 포승줄에 묶인 채 "죄송하다. 마약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유아인의 첫 번째 재판은 지난 12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유아인은 취재진 앞에서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설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크게 실망하시고,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아인 측 변호인은 "대마 흡연 혐의는 인정하지만 흡연 교사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정식으로 다투는 입장"이라고 발혔다.

한편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 파장은 영화계와 방송계를 휩쓸었다.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등을 촬영한 상태라 차기작들에 비상이 걸린 것.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시즌2 캐스팅에서 유아인 빈자리를 김성철로 채웠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는 같은 소속사인 배우 유아인이 일으킨 마약 혐의 사고로 공개가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이선균, 기생충 스타→유흥업소 여실장 자택서 유흥 '불명예'

이선균은 지난 10월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 실장 A씨 자택에서 수 차례 대마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형사 입건됐다. 경찰이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받은 후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장 A씨, 이선균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대마 등)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이후 A씨는 이선균을 협박해 3억 5000만 원가량을 받아 낸 혐의도 받았다.

처음 이선균 측이 밝힌 입장은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선균은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날 직접 입을 열었다. 포토라인에 선 이선균은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들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선균의 마약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10월 28일 이선균을 첫 소환해 간이 시약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후에도 이선균의 모발 100가닥(약 10㎝)을 채취해 정밀 감정을 의뢰했지만 모든 구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선균은 최소 8~10개월 마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밝혀졌다. 이후 이선균은 11월 겨드랑이 털 추가 채취, 정밀 감정에 있어서도 음성을 받았다.

다만 경찰은 마약 혐의 수사 난항에도 추가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선균, 지드래곤 마약 혐의 검사 결과가) 음성 통보가 나온 건 맞지만 일부 추가적으로 수사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서 마약 투약 정황이 확실하게 밝혀져 유죄 선고가 내려진 사례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의 이슈는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이기 때문.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스타 이선균이 마약 투약 의혹 경찰 조사로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고,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기생충' 주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선균의 '노 웨이 아웃' 하차뿐 아니라, 개봉 대기 중인 영화 '탈출', '행복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돼 불명예의 정점을 찍었다.

그런가 하면 이선균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 영화 '행복의 나라'(가제, 감독 추창민) 촬영을 마친 후 개봉을 앞둔 상태다. 마약 스캔들 전 첫 촬영을 앞두고 있던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극본 이수진/연출 최국희)에서는 하차했다.

▲당당한 지드래곤, 경찰 자신 출석→무혐의로 누명 해방

지드래곤은 이선균과 마찬가지로 강남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진술로 인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2011년 일본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과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졌다. 당시 지드래곤은 마약 초범인 점, 극소량의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판정을 받았다.

지드래곤은 "우선 나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함을 밝히는 바"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심을 알기에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다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지드래곤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에 선임계와 함께 자진출석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어눌한 말투와 횡설수설한 모습의 지드래곤을 편집한 영상들이 퍼져나가면서 "유아인을 흡수한 지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드래곤은 "한 마디 한 마디 책임감 있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 보니 말할 때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기억을 더듬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며 "연예인으로서 브라운관에 비치는 모습만을 가지고 판단되는 것을 감내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번 마약 사건과 관련해 연루되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11월 경찰에 자진 출석한 지드래곤은 약 3시간 50여분만의 조사를 마친 후 간이 시약 검사 결과에 대해 "음성으로 나왔다. 정밀 검사 또한 긴급으로 요청드린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수사기관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과를 빨리 입장 표명을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며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12월 19일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혐의로 불구속한 지드래곤에 대해 전날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 제보를 토대로 수사했는데 범죄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입장.

경찰이 지드래곤에 대해 불송치 결정하면서 사건은 검찰로 송부됐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 받은 뒤 90일에 걸쳐 사건을 검토 후 재수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지드래곤의 마약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냐는 비판 일자,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구체적인 제보가 있는데 수사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라며 혐의가 없음을 밝히는 것도 경찰의 의무라고 해명했다.

▲남태현, 스스로 재활 시설 입소 "사람답게 살겠다"

남태현의 경우 지난해 채널A ‘하트시그널3’ 출연자 서민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태현과의 마약 투약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민재의 자택에서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남태현은 KBS 1TV ‘추적 60분’을 통해 수사 단계에서 필로폰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스스로 인천의 한 재활 시설에 입소한 근황을 알렸다. 남태현은 “혼자 단약에 실패해서 이곳에 들어왔다"라며 "이전에 내가 어떻게 잘못 살아왔기 때문에 약물을 접하게 됐는지. 매일 재활 시설에서 아침 미팅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어떻게 살고 있나를 직면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알렸다. 남태현은 “필로폰 사용자들은 (단약) 초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 제어가 안 될 때가 있다. 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재활 시설에) 입소를 해서 규율이 있고 이걸 지켜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초기 단계를 잘 버텨낸다”라며 재활 시설에 대한 지원을 청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퍼져버린 질병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앞으로 사람답게 살겠다. 그리고 감히 제가 그럴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마약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검찰은 남태현과 서민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남태현과 서민재 변호인 측은 이들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재활 의지를 보인 점을 근거로 선처를 호소했다.

▲"뱃속에 괴물 들어와" 마약 이겨낸 스타들의 후회는 '진행형'

굵직한 스타들의 마약 스캔들로,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연예인들도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먼저 채널 '사유리TV'를 통해 근황을 전한 로버트 할리는 "아버지 이미지가 애들 앞에서 떨어졌고 인생이 무너졌기 때문에 매일 울었다. 내 방에서 24시간 안 나왔다"라며 마약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할리는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1997년 귀화한 1세대 방송인인 할리는 2019년 4월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할리는 "이젠 생각하면 토하고 싶다"며 "한국에 있는 학교마다 가서 학생들에게 마약 손대지 말라고 강의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할리는 지난 8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마초 따위의 일명 '입문 마약'을 절대 접해선 안 된다.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쾌락을 잊을 수 없다. 잊게 하는 약은 없다. 일상에서 느끼는 쾌락과는 비교가 안 된다"라며 "첫손을 대지 말았어야 된다. 왜냐하면 하게 되면 또 하고 싶다. 또 하고 싶고 또 하고 싶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지난 1987년과 1991년 입건됐던 록그룹 부활 김태원도 개인 채널을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연예인이 열 명 걸리면 사적으로는 1만 명 정도가 걸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원은 "나중에 그거(마약) 끊을 때 뱃속으로 막 괴물이 들어온다. 한 벽에 파리고 다 이런 게 보인다. 안 하시는 게 좋다"며 "연예인은 잡지로 치면 겉표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이걸 하면 완전히 매장 시키는 나라잖냐. 방법은 딱 하나다. 안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다. 마약을 하면 머리를 기를 수 없다. 머리카락에 다 남기 때문. 이젠 관계된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 처절하게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원은 "백번 천번 얘기해도 사실 같은 얘기다. 하지 마시는 게. 이게 너무 미래가 보인다. 끊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사라진 사람이 얼마나 많냐"라며 "하루만 살 것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다"라고 진심으로 충고했다.

김태원과 함께 자리한 현진영도 "피해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피해자는 사회고 국가다. (중독자가) 10명, 100명, 1000명이 되면 나라가 무너지고 국민성이 나태해진다"라고 덧붙였다. 현진영은 1991년 대마초 흡입 혐의를 시작으로 1993년, 1995년, 1998년 무려 네 차례나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뉴스엔 이슬기 rees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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