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불 붙은 인재영입
상품가치 증명은 각자 몫이며
초심 잃어 변질되면 도태될 뿐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인재영입 작업에 불이 붙고 있다. 국민의힘이 1차 5명을 공개한 데 이어 19일에도 2차 9명을 영입했고 민주당은 18일까지 영입 인사 3명을 선보였다. 아직 영입 인사 표본이 크지 않은 까닭에 어떤 특징을 잡아내는 게 성급할 수 있다. 다만 영입된 인사들만 놓고 상식의 눈으로 보면 대강의 윤곽과 함께 당별로 선호하는 인물군의 색채 같은 게 어느 정도 읽히는 구석이 있다. 물론 시간을 갖고 추가 인재 영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총선 정국에서 인재영입은 전초전 성격을 띤다. 사회적 시선을 붙잡는 데 이만큼 효과적인 이벤트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누구를 영입하고 그에 대항해 야당은 또 다른 누구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은 지지층 여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입 소문이 잘 나면 중도 확장성이라는 덤도 따라 붙게 되는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인재영입은 당연히 '신진기예' 수혈에 방점이 찍힌다. 각당이 일정 비율의 현역을 덜어냈을 때 열리는 공간에 새로 충원된 인물들을 총선 때 배치하는 그림이다. 각기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야전인 지역구를 꿰차는 그룹도 있을 것이고 한편에서는 비례대표 트랙에 올라타는 상황도 예상된다. 동시에 인재영입은 인적 순환을 예고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각당의 당내 진통은 불가피하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저항이 클수록 파열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시스템 공천에 입각해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원칙을 확고히 해두는 게 상책임은 물론이다.
재야에 묻혀있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이라면 적극 발굴해선 나쁠 것은 없다. 우리 정치의 수질 등급이 높지 않은 마당에 인적 적체가 심하면 그나마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되레 정치퇴행의 샛길로 빠져 들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재영입은 시작의 시작일 뿐이다. 우선 이들은 지역구로 출마하든 비례대표 명단에 오르든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운명이 기다린다. 국회 입성이 무산된 패자들은 난처한 처지가 된다. 잔류해 후일을 도모하는 길도 있지만 여의치 않다. 대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과정에서 도태된다. 도리 없는 일이다.
반면에 승자에게는 신세계가 열린다 할 것이다. 현역 의원이 돼 누리는 각종 혜택과 대우가 자기 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고 언론 주목도 받는다. 영입된 인재들이 국회 입성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여기까지 행로는 엇비슷하다 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 초심을 잃은 채 당내 계파 논리에 포섭되는 길을 걸으면서 변질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몇 개 부류가 있다. 첫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축이다. 대체로 초선의 한계일 수 있지만 정치 영역과 잘 안 어울리는 가운데 언론 노출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탓일 수 있다. '기발한' 방법이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전거 타는 풍경'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둘째, 기회주의적 투사형으로의 변신이다. 이력과 경력에 비춰보면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정치적으로 낯빛이 달라진다. 이런 경우 당내 주류 질서에 흡수되기 위한 내심의 태세전환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면 된다. 도가 지나치면 국리민복의 정치는 실종되고 자기이해가 우선된다. 셋째 우쭐될 뿐 내실이 빈약한 것도 문제다.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끼어 들기는 하는데 논리 논거 등이 동어반복 수준에 머문다.
앞선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일부 인재들 말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체로 정치권에 들어와 의정역량을 펼쳐 연착륙한 사례는 드물며 이런저런 일로 논란과 구설을 자초하고는 했다. 유독 비례 의원들의 튀는 언행이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민생이나 정책 입법에는 별로 상관 없는 데도 그랬다. 이런 풍토에서 스타 탄생은 요원해진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이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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