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17억→3천' 추신수의 통 큰 연봉삭감, SSG 샐러리캡 숨통 틔웠다

김동윤 기자 2023. 12. 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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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추신수. /사진=SSG랜더스
2년 전 추신수(41)를 한국으로 복귀시킨 것은 SSG 랜더스 구단 역사에도 길이 남을 결정이 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일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을 발표했다. SSG는 108억 4647만 원으로 두산 베어스(111억 8175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총액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상한액인 114억 2638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샐러리캡을 초과해 받는 불이익은 받지 않게 됐다.

KBO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 시행했다. 2021~2022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를 샐러리캡 상한액으로 확정했다. 이번에 SSG가 샐러리캡을 초과했을 경우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2023년 KBO 샐러리캡 상한액이 114억 2638만 원으로 결정되는 데는 SSG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SSG는 2021년 112억 5489만 원, 2022년 248억 7512만 원으로 평균 금액을 크게 올렸다. 이 안에는 2021년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다 귀국한 추신수의 지분도 상당했다. 2021년 SK 와이번스에서 새로이 출범한 SSG는 '구단 1호 선수' 추신수에게 첫해 연봉을 27억 원을 약속했다. 이는 당시 이대호(41·은퇴)가 한국으로 돌아오며 받은 25억 원 기록을 깬 것으로 '한국 최고 타자'로 불리는 추신수의 자존심과 명분을 챙겨준 행보였다.

SSG는 2023시즌 샐러리캡 도입을 앞두고 2025년 이후 상한액이 재조정되는 점에 착안해 일단 상한액을 크게 늘리는 전략적인 선택을 한다. 먼저 2021시즌 종료 후 추신수와 연봉 27억 원에 재계약하며 자존심을 세워주고 문승원(34·5년 55억 원), 박종훈(32·5년 65억 원), 한유섬(35·5년 60억 원)과 차례로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 2022년 갑작스럽게 복귀하게 된 김광현(35·4년 151억 원)의 첫해 연봉을 81억 원으로 책정한 것은 이러한 방침에 쐐기를 박았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던 계약 구조로써 샐러리캡 도입이 만들어낸 진풍경이었다.

추신수가 2021년 한국 복귀 당시 SSG와 계약서에 사인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추신수가 지난 2021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복귀한 뒤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제는 2023년 이후였다. 김광현,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과 계약에서는 선수와 협상을 통해 2022년에 대부분의 연봉을 몰아넣는 선택이 가능했으나, 만 40세를 넘긴 추신수와는 매년 계약을 다시 해야 했다. 이미 연봉은 27억 원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첫 2년간 249경기 타율 0.262, 37홈런 4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7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2년에는 전대미문의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로 팀 성적까지 최상의 결과가 나오면서 2023년 연봉을 삭감은커녕 올려줘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추신수가 2023년 연봉을 전년 대비 10억 원을 삭감한 17억 원에 재계약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리면서 구단 운영에 숨통을 틔웠다. 지난해 12월 SSG 팬 페스티벌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추신수는 "샐러리캡 문제도 있지만, 사실 이젠 후배들을 위해서 비켜줘야 할 때라 판단했다"며 "난 야구를 더 하고 싶었지만, 괜히 나 때문에 팀에 필요한 선수를 못 데려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올해(2022년) 우승했기 때문에 후배들도 연봉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베테랑이 많은 선수단 특성상 비대해진 연봉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은 1년 뒤에도 반복했다. 다가오는 샐러리캡의 압박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느낀 SSG는 추신수를 비롯한 베테랑들에게 구단의 입장을 같은 시점에 이야기했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달랐다. 추신수는 오히려 17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연봉을 최저 수준인 3000만 원으로 받겠다고 구단에 제의했고, 이마저도 전액 기부를 선택했다. 고작 3년밖에 있지 않았음에도 팀과 후배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준 추신수에 SSG 구단도 선수 생활 마지막을 뜻깊게 마무리하고픈 계획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연봉 삭감과 은퇴 결정이 빠르게 합의됐음에도 보도자료가 발표될 때까지 시간이 지연된 배경이었다.

추신수(왼쪽)와 하재훈. /사진=SSG랜더스
추신수(오른쪽)와 최정. /사진=SSG랜더스

앞으로 4년은 SSG의 한국시리즈 5회 우승을 일군 황금 세대가 차례로 떠나고 청라돔 시대 주역들이 성장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 후반부에 접어든 최정(36), 김성현(36) 등이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갖출 예정이고, 현재 FA인 포수 김민식(34)과 내년 시즌 후 FA가 될 마무리 서진용(31) 등은 현세대와 구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이 기대된다.

베테랑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세대교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추신수를 포함해 여러 베테랑이 올해 108억 4647만 원으로 측정된 상위 40명의 연봉에서 빠지면서 SSG는 2028년 개장 예정인 청라돔 시대를 위한 청사진을 조금은 수월하게 그릴 수 있게 됐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추신수의 결정이 SSG에는 어마어마하게 도움됐을 것이다. 그 결정이 아니었다면 당장 김민식과 FA 계약 협상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추신수와 SSG의 동행은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복귀 당시 전성기를 지난 추신수의 나이와 기량 그리고 샐러리캡 도입이 결정된 상황에서의 고액 연봉 등으로 인해 회의적인 시선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구단 이름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혼란 속에서 새로운 브랜딩을 해야 했던 SSG는 추신수의 한국 복귀로 초반부터 화제성을 잡는 선택을 했다.

지난 3년간 추신수는 2년 전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모범이 됐고, 그 과정을 바탕으로 2년 차에는 자신의 프로 커리어 첫 우승과 신생 SSG로서 창단 첫 우승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그들만의 서사를 쌓았다. 경기장 밖에서도 유소년 및 사회취약층 등을 위해 3년간 24억 원 이상의 기부를 진행하는 선행으로 귀감이 됐고, 그 시선이 팬과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직원들에게까지 향해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마지막 해에는 이숭용 감독의 요청에 따라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 예정이다. 추신수는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온 23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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