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잇단 회항에 구겨진 '1위 LCC' 자존심

박찬규 기자 2023. 12. 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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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제주항공의 힘겨운 날갯짓①] 코로나19 적자 만회하려 급격한 운항 확대 부작용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근로자 수는 줄었음에도 제주항공의 비행시간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다. 엔진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잇따르고 해외 근무 직원 사망으로 유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제주항공을 이끄는 김이배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안전한 비행을 책임지면서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제주항공의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기사 게재 순서
①잇단 회항에 구겨진 '1위 LCC' 자존심
②실적·주가 엇박자… 김이배 사장, 경영능력 시험대
③'사망자 1위' 제주항공, UAM·화물운송으로 반전 꾀하나
제주항공이 두 달 연속 엔진 문제로 회항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모두 이륙 후 엔진 문제가 발생하며 회항 조치한 것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쌓인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무리한 비행을 이어가다가 정비에 허점을 보인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바쁜 제주항공, 안전에 허점


제주항공은 지난 10월과 11월 운항 중 배기가스 이상 고온으로 엔진 1개를 끈 채 회항했다. 회사는 엔진 배기구 내 온도 감지 센서에 이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엔진이 주 날개마다 하나 이상씩 장착되는 만큼 1개를 끈 채로 비행하는 건 가능하지만 이런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 항공사 중 항공기 가동시간은 제주항공이 제일 많다. LCC는 항공기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수익의 관건이어서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가동시간이 긴 편인데 제주항공의 항공기 1편의 월평균 운항시간은 404시간(2021년 132시간)이다. 진에어 345시간, 에어부산 311시간보다 많다. FSC인 아시아나항공의 297시간보다는 월평균 가동시간이 107시간 많다.

이 덕분에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1435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이어온 영업손실을 끊어내며 흑자 전환했다. 잦은 비행 탓에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을 멈춰달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적을 개선한 김이배 대표이사는 지난달 애경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보잉사의 B737 단일 기종으로 기단을 꾸렸다. 지난 11월 말 기준 총 41대가 보잉 B737인데 그중 39대가 구형 B737-800 기종이다. 제주항공의 연속 회항을 두고 동일 기종과 엔진 결함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회사는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 차세대 항공기 B737-8 /사진=제주항공
긴 가동시간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건 항공기 나이(기령) 때문이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기준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은 13년으로 타 항공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기령 0년의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평균치가 낮아졌다.

이 회사가 보유한 41대 항공기 중 기령 20년 이상의 경년기는 3대다. 2002년 제작된 189석 보잉 B737-800 기종이다. 준노후 기령인 15년 이상은 12대인데 18년 2대, 19년 2대로 경년에 접어드는 항공기는 늘어날 전망이다.

노후 항공기는 동체 자체의 피로 누적으로 파손 가능성이 있고, 노후화 등으로 부품 교체나 수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게 항공 정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20년을 기준으로 항공기의 기령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항공기령 20년을 안전기준으로 삼은 건 기령 20년을 넘어선 항공기에서 정비 관련 지연과 결항이 늘어나서다. 항공업계에서는 기령 30년까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해외 항공사의 노후 항공기에서 동체 피로 누적으로 지붕이 뜯긴 상태로 비행한 적이 있었고, 국내 노후 항공기에서도 동체 피로로 프레임 균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새 항공기 구입해도 '사람'이 문제


제주항공도 여타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부 정비사들이 이탈하는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항공기 기령을 관리하면서 정비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신 기종인 보잉 B737-8 도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물량을 인도받으려면 보잉사 제작 스케줄에 따라 최소 3~4년은 소요된다.

제주항공은 정비 문제는 여타 항공사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취항 중인 노선의 항공 정비를 위해 정기선의 경우 현지 공항에 상주 정비사를 파견한다"며 "비정기 노선이나 전세기 운항의 경우에는 탑승 정비사가 비행기를 함께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운항 편수에 따라 현지 인력 구성에는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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