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안 해본 일 없다"…김태룡 단장, 어떻게 베어스와 33년 동행했나

김민경 기자 2023. 12.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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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룡 단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촉탁 직원으로 시작해서 정말 밑바닥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64)은 20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OB 베어스 시절인 1990년 입사해 1군 매니저, 운영팀장, 운영홍보부문장 등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단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1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장을 맡은 동안에도 상무(2011년 8월), 전무(2016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꾸준히 공로를 인정받았다.

33년째 베어스를 위해 달려왔다. 김 단장은 아마추어 야구인 출신으로 동아대를 졸업하면서 유니폼을 벗었다. 야구선수로 프로 무대를 누비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프런트로 방향을 틀어 성공을 맛봤다. 1983년 롯데 자이언츠 기록원으로 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고, 1990년부터는 베어스에서 프런트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했다. 현장에서 선수단과 직접 뛰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시스템을 만들면서 베어스를 탄탄한 팀으로 만들어 갔다. 1995, 2001, 2015, 2016, 2019년까지 모두 5차례 우승을 직접 지켜봤고,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명문 구단으로 만들었다.

김 단장은 "OB 꼴찌"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듣던 암흑기에 입사했다. 김 단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어스가 강팀으로 성장하려면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때만 해도 2군은 그저 '1군에서 뛸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집합소'라는 인식이 강할 때였다. 김 단장은 '2군은 곧 실패'라는 프레임을 벗기고 싶었다. 2군을 선수 육성의 뿌리로 삼고 시설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화수분 야구'라는 팀 컬러를 만들었다. 두산 2군은 1군에 구멍이 생기면 언제든 채울 수 있는 선수로 가득한 곳으로 탈바꿈했고, 자연히 선수들끼리 몇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화수분 야구 전성기의 주역인 김재호(38), 양의지(36), 김재환(35), 허경민(33) 등은 지금도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두산의 문화와 정신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 단장은 요즘도 시간이 날 때면 꼭 이천베어스파크를 들러 두산의 미래들을 직접 살핀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김 단장은 할아버지뻘이지만, 오히려 더 농담을 던지며 어린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다. 어디가 아픈지, 재활은 잘되고 있는지, 코치진이 준 미션은 잘 수행하고 있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묻고 또 기억하며 말을 건다. 단장이 직접 살피니 선수들은 '1군에서 잊힌 게 아닐까'라는 걱정없이 또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다. 김 단장의 33년 경험이 담긴 선수 관리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왼쪽)과 이승엽 감독 ⓒ 곽혜미 기자

김 단장은 선수로 실패했어도, 선수로 뛰어봤기에 프런트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김 단장은 "선수 출신의 장점은 판을 읽을 수 있는 눈이다. 판을 읽고 팀을 짜는 것이랑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판을 짜는 것은 차이가 있다. 선수 기량이나 감독 성향 등 여러 가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또 야구인 출신을 쓰는 이유는 육성이다. 아무래도 선수를 보는 눈이 있으니까 육성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야구단 프런트로 장수할 수 있는 비결로는 소통을 꼽았다. 김 단장은 지난해 10월 구단이 이승엽 감독을 새로 선임할 때도 "선수단과 소통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수단 구성원 모두 서로의 생각을 늘 공유하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 다 같이 옳은 방향으로 쭉 갈 수 있다고 믿어서다.

김 단장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단장과 감독은 소통을 잘해야 한다. 서로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 팀이 잘되자고 하는 일이니까 조율을 잘해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단장이 잘 참아야 한다. 기분대로 다 해선 안 된다. 인내심이 정말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야구단 단장으로 2~3년만 버텨도 장수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10년 넘게 버틴 김 단장은 분명 매우 특이한 사례다.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김 단장은 언제든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구단 사무실이 있는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그렇게 베어스와 함께 버티고 의지한 세월이 내년이면 34년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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