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이어진다…일학개미 환호·환테크족은 '눈물'

김인경 2023. 12. 21. 06: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일본증시 보관액 4.8조 육박…美 뒤이어 2위
BOJ 통화정책 '유지'에 닛케이 3만3000선 회복
원·엔 내리며 엔화 강세 베팅한 환테크족은 눈물
"내년 4월 이후 긴축 기대…확인 후 엔에 베팅"조언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BOJ가 지금의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며 일본 증시에 투자한 ‘일학개미’들의 수익률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일본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반면 일본의 돈 풀기가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하고 ‘엔화 강세’에 일찌감치 베팅한 환테크족(族)은 내년 상반기에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개미들이 두 번째로 사랑하는 시장으로 등극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증시 금액(보관금액)은 현재 37억216만6886달러(4조8080억원)에 이른다. 최근 차익 매물이 나오며 지난달 말(40억7330만달러·5조2900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작년 말(26억1108만달러·3조3910억원)보다 41.8% 늘어난 수준이다. 역대급 엔저가 이어지자 일본 증시로 향한 투자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해외 주식 투자처는 미국 다음으로 중국(홍콩 포함)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주식 보관금액은 38억5213만달러(5조16억원)에 이르렀고 일본은 이 뒤를 이어 3위(26억1109만달러·3조3900억원)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 다음으로 인기 있는 해외 주식 투자처는 일본이며 중국은 홍콩과 합쳐도 26억9617만달러(3조500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올 들어 일본증시가 급등하자 일학개미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30.95% 오른 3만3675.94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전날 일본은행이 현재 수준의 금융정책을 이어간다고 밝히며 지수는 1거래일 연속 1%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데다 엔저가 이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에 상장한 수출업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일본에 상장된 반도체 업체에 투자하는 글로벌엑스재팬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 3100만달러(402억원)가 몰렸고 일본 간판기업인 소니(2284만달러·296억원)와 화낙(1573만달러·204억원), 닌텐도(1476만달러·192억원)에도 일학개미가 몰려들었다.

일학개미는 엔화로 미국 장기채 ETF를 사들이는 방식에도 주목했다. 올해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이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향후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일학개미는 이 상품을 연초 이후 무려 4억3776만달러(5680억원) 규모 사들였다.

2위 역시 엔화로 미국의 7~10년 국고채에 투자는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나타났다.

아직 긴축 나서지 않는 日…환테크는 내년 2분기에나

반대로 엔화 강세에 베팅해 환차익을 노리려던 국내 투자자들은 좀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BOJ가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3일 924원을 육박하던 100엔의 가치는 이날 다시 904원 수준(엔화 가치 하락)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내년 2분기에는 BOJ도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월 일본의 노사 임금협상이라 불리는 춘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목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3.58%로 30년 만에 처음 3%를 웃돌았는데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면 BOJ가 4월에 정상화(긴축)를 단행하기 쉬워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엔화를 매수하기보다 BOJ가 실제로 정상화에 나서는지 확인하고 엔화 매수나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김인경 (5tool@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