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6조4천억원 자금은…김홍국 회장 "우려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6조원 넘는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심이다.
21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인수 주체인 팬오션은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우려가 커졌다. 팬오션은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10.1%, 2.3% 하락했다. 이는 팬오션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팬오션이 2조∼3조원 규모로 증자할 계획이며 하림지주가 이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 희망가 중 인수금융과 JLK파트너스의 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은 약 2조4천억원 수준"이라며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영구채 5천억원(제3자 배정), 자체 보유 현금과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팬오션이 유상증자할 경우 팬오션 지분 54.7%를 보유한 하림지주는 지분율만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3조원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하림지주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1조6천4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하림지주 역시 대규모 차입금,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팬오션이 증자하면 하림지주가 지분율만큼 들어올 것"이라며 "기존 소액주주에게 주식 인수권을 주고 남은 물량은 기관이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지주는 보유 현금성 자산이 별도 기준 662억원으로 팬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차입, 부동산 매각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추가로 하림지주의 다른 계열사 현금도 끌어와야 할 것이라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2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HMM 인수) 거래 계약 체결을 전제로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하림그룹은 유상증자 외에도 인수금융으로 2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대주단으로부터 3조원 넘는 인수금융 확약서(LOC)를 받았다.
인수금융을 8% 금리로 조달하면 이자는 1천600억원으로 산정된다. 이자 비용은 HMM에서 배당받아 메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명지운 선임연구원은 "하림그룹이 영구채 3년 유예를 제시했던 것은 인수금융 3조원의 이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영구채 3년 유예 방안이 없던 일이 되면서 인수금융이 LOC보다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본입찰 때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6천800억원 규모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매각 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하림의 HMM 지분율은 57.9%가 유지돼 3년간 매년 2천895억원까지 배당받을 수 있었다.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하림의 HMM 지분율은 38.9%로 희석되며 배당금이 줄어들어 매년 950억원, 3년간 2천85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하림그룹은 본입찰 과정에서 현금배당 제한 등 주주 간 계약 내용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그러나 이런 하림의 여러 제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은 선박 등 자산 유동화 1조원, 영구채 발행 5천억원 등의 자금 조달 계획이 있으며 HMM 인수 파트너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도 5천억∼7천500억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으로 4조∼5조원을 확보하고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까지 합치면 6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림은 또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를 자금조달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부지를 매입하고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데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최근 속도를 내면서 이달 중 통합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증권가뿐 아니라 해운업계와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림그룹의 자산 규모는 HMM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하림이 인수 비용을 충당하려다 HMM을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부터 해운업계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기업이 과연 살려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도형 후보자는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장관이 된다면 주도면밀하게 처음부터 꼼꼼히 한번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강 후보자가 '승자의 저주'를 경계한 데 대해 "당연히 우리가 잘해야 한다. 국적 선사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자금 준비를 이중삼중으로 안 하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금 우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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