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이래서 '슈퍼을'…5000억 장비 사려고 이재용도 줄 선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기간 중 찾아간 ASML(Advanced Semiconductor Materials Lithography)이 초미의 관심사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 Violet) 노광(리소그라피: 사진촬영술) 장비 생산업체인 ASML이 어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길래 계약관계상 약자인 '을'(장비공급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 전세계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줄을 섰을까. '수퍼을' ASML의 A부터 Z까지 파봤다.
#1.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은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회장과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반도체 공정 기술협력 협약서(MOU)에 서명했다.
현재 5나노미터(nm)까지 진화해온 EUV 기술을 2나노 이하까지 더 진화시키기 위해 양사가 1조원을 들여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연구개발)센터'를 국내에 설립키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함께 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10여년간의 긴 스토리가 있다.
#2. 2012년 8월 2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에 참석한 권오현 당시 부회장(대표이사)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1조원을 넘어서는 지분 및 기술개발 투자를 요청한 것에 대한 가부결정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당시 ASML이 투자를 요청한 이유는 반도체 미세회로 공정 기술(ArFi: 불화아르곤 이멀전 리소그래피)의 차세대 버전인 EUV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반도체 기술경쟁의 승패는 한장의 웨이퍼(원판) 위에서 누가 더 미세한 칩을 설계해 더 많은 칩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 핵심이 반도체 전공정의 약 60%를 차지하는 노광기술이어서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여기에 목을 매는 것이다.
ASML은 당시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 반도체 1위인 인텔과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에게도 투자를 제안했다. 약 25%의 지분 인수와 공동연구개발비를 투자해달라는 제안이었다. ASML은 여기서 조달한 약 7조 3000억원의 자금(아래 표 참조)을 7나노 이하 EUV 첨단 장비 개발을 위해 썼다.
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최종 컨펌이 있었지만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 투자를 결정했던 권오현 전 부회장은 "당시 반도체 기술의 진화 방향이 그 방향(EUV) 밖에 없었고, 그 기술을 할 수 있는 기업도 ASML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부토론 끝에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ASML EUV 노광기술의 열매를 맺기 위한 거름을 뿌린 셈이다.
#3. 2014년 1월 이 자금을 바탕으로 ASML은 네덜란드과학연구기구(NWO), 물질기초연구재단(FOM), 암스테르담대학, 암스테르담자유대학과 함께 나노리소그래피 고급연구센터(ARCNL: Advanced Research Center for Nanolithography)를 설립했다. 1980년대부터 EUV 기술개발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진행됐지만 대량양산용 EUV 광원 개발은 이 때부터 본격화됐다.
2006년 첫 EUV 프로토타입 장비를 시작으로 2010년 TWINSCAN NXE:3100이라는 첫 테스트용 장비를 공급했지만 대규모 양산에 투입하기에는 검증과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대량 양산용 EUV 장비가 처음 출시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 뒤인 2017년 TWINSCAN NXE:3400B가 나왔을 때다.
#4. 2016년 11월 15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C동 삼성전자사옥 앞.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온 삼성전자 사옥 앞에는 10여명의 외국인을 태운 리무진 버스 한대가 정차했다. 그 버스 앞 안내판에는 'ASML'이라는 네글자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이날 삼성전자를 방문한 인물들 중에는 지난 12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경계현 사장과 MOU를 체결한 피터 베닝크 ASML 경영이사회(Board of Management)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베닝크 회장 외에 헤라르트 클레이스테를레이(Gerard J. Kleisterlee)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 의장 등 10여명의 ASML 핵심 경영진들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ASML은 매년 자사 노광장비를 구매한 기업이 있는 국가들을 돌면서 자사의 이사회 행사를 여는 관행이 있었다. 한국·미국·대만·중국 등이 고객 국가인데 2016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이사회를 하고,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과 경영진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이 시점은 ASML에게는 중요한 시기였다. 제대로 된 13.5나노의 대량 양산 EUV 장비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다.
당시 ASML의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가 밀어붙이는 양산용 EUV 첨단 공정 개발이 시장성이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었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바이어인 삼성전자를 찾아와서 실제 자신들이 장비를 개발하면 삼성이 EUV 장비를 채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점검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현 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들과 3시간 가량의 저녁식사를 포함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끝에 ASML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의 결정대로 차세대 EUV 투자를 승인했다는 게 사안에 밝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별로 보면 ▷웨이퍼 제조 ▷산화공정 ▷포토공정(감광, 노광, 현상) ▷식각공정 ▷증착&이온주입 공정 ▷금속배선 ▷EDS(검사)공정 ▷패키징 공정 등 크게 8가지 공정이 있다. 이 가운데 포토공정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전체 라인 건설비의 30~40%를 차지할 정도다.
반도체가 빛의 예술인 이유다. 반도체는 '빛'이라는 붓으로 웨이퍼 위에 똑같은 그림을 여러장 동시에 그리는 빛의 예술이다. 얼마나 얇고 가는 붓으로 그림을 정교하게 그리느냐에 따라 생산성에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붓의 굵기는 빛의 파장과 같은데, 파장이 짧을수록(적외선에서 자외선쪽으로 갈수록) 더 가는 붓이라고 보면 된다. 공정자체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광원에서 나오는 빛 아래에 마스크라는 반도체 설계도를 넣고 그 아래에 렌즈를 통해 감광액이 묻어 있는 웨이퍼에 빛을 쪼이는 식이다.( 아래 그림 참조) 마스크의 회로가 볼록렌즈를 통해 축소되서 웨이퍼 위에는 작게 그려지게 된다.
주로 자외선(UV)과 극자외선(EUV)을 반도체 노광의 광원으로 활용하는데 이 빛들은 태양에서 지구로 날아오면서 지구의 대기권에 막혀 반사되거나 일부 공기 중에 흡수돼 활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때 사용하는 빛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써야 한다.
인간이 빛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첫번째가 불을 지펴서 내는 방법이다. 이를 열방사라고 한다. 태양에서 오는 빛이나 장작을 태울 때 나오는 빛이 그것이다. 백열전구도 열방사다.
두번째는 가스 속에 방전을 일으켜 이온화된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 빛을 내는 방식이다. 기체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아 불안정한 들뜬 상태가 되면 안정된 원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되돌아가는 순간 에너지를 내놓게 되는데 이 때 빛(전자기파)이 나온다. 형광등이나 할로겐 램프가 이런 형태다.
초기 반도체 노광기술에 쓰였던 광원은 수은(Hg) 증기램프다. 램프 속에 든 수은증기 속으로 전압을 가하면 방출된 전자가 수은 원자에 충돌해 수은을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게 되고, 불안정해진 수은이온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안정화 과정에서 빛이 나온다. 램프 내의 수은 원자의 함량이나 압력 등에 따라 g선, h선, i선 등을 방출해 노광에 사용된다.
노광기술은 수은 다음으로는 KrF(불화크립톤) 엑시머 레이저로 진화했다. KrF 엑시머 레이저는 진공으로 된 용기 내에 크립톤(Kr)과 플루오린(F)의 원자를 고압으로 충전한 후 전압을 가해 방전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방전 과정에서 두 원자핵이 충돌해 서로 결합해 KrF 분자를 형성하는데 이 KrF 분자는 불안정해 다시 원자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는 파장이 248nm인 자외선으로 KrF 광원인 엑시머 레이저다. 1990년대 반도체 노광공정 광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ArF(불화아르곤) 엑시머 레이저로 크립톤 대신 아르곤(Ar)을 사용하는 것만 다를뿐 원리는 같다. 방출되는 파장이 193nm로 짧아 38나노급 반도체 설계에까지 사용됐다. 2010년대까지 반도체 노광 공정의 주류자리를 차지했다. 그 이후 노광공정의 미세화가 진전이 없자 업계는 ArF 공정에 물의 굴절율을 이용해 해상도를 높이는 기술인 이멀전(immersion: 액침) 방식을 도입했다.
ArFi로 불린 이 기술은 포토공정에서 렌즈와 웨이퍼 사이의 공간에 물을 채워 빛의 굴절률을 높임으로써 더 미세한 공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방법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10나노 이하의 더 미세한 공정을 위해 새로운 광원이 필요했고, 자외선(UV: Ultra Violet) 영역을 벗어난 극자외선(EUV)에서 길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성공한 기업이 지금의 ASML이다.
EUV 빛을 빚어내는 방법은 이렇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인간 세포크기(20미크론)의 주석(Sn) 방울이 진공 챔버 안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저강도 CO2 레이저로 한번 쏴 주석방울을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펴고, 편평해진 주석방울에 더 강력한 레이저를 쏴 이를 기화시키면 주석의 외곽전자가 들뜬 상태가 되면서 플라즈마가 발생하고, 불안정해진 전자가 제 위치로 되돌아갈 때 EUV 빛을 내놓는다.
쉽게 말해 빛은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 들뜬 플라즈마 이온상태가 됐다가 원상태로 되돌아갈 때 내놓는 전자기파다. 이렇게 한차례 만든 빛의 양이 적기 때문에 반도체 회로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충분한 빛의 양을 얻기 위해서 1초당 70미터 속도로 진공챔버 내에서 아래로 주석방울을 떨어트린다. 이를 1초당 10만번(저강도 레이저 5만회, 고강도 레이저 5만회) 맞춰서 빛을 만들어낸다. 이는 지구에서 손전등을 들고 움직이는 달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에 1초에 10만번씩 조명을 맞추는 것과 같은 어려운 난이도의 기술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빛을 모아 하나의 빛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렌즈가 필요하다. 이전의 노광공정에서는 일반적인 렌즈를 사용했지만 EUV 노광장비에서는 미러블록(렌즈역할을 하는 거울)을 사용했다. 이 30cm 미러블록의 평탄도는 2나노미터이하다.
미러블록을 지구와 같다고 하면 가장 높은 산의 높이가 9cm 이하여야 할 정도로 매끄러운 거울렌즈다. 그래야만 EUV 빛을 잡음없이 잘 모을 수 있다. 이 미러블록은 세계 최고 렌즈 업체인 독일의 칼 자이즈(Carl Zeiss)사가 ASML과의 20년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완성한 것이다.
빛이 미러를 통해 모아진 후 마스크를 통과해 웨이퍼에 조사될 때 웨이퍼가 자리잡고 있는 '웨이퍼 테이블'의 정확도는 60피코미터(pm,실리콘의 원자크기보다 작음)로 초당 2만번 위치를 측정해 오류를 줄이고 있다. 마스크는 초당 최대 150미터로 움직이는데, 이는 자동차가 단 0.1초 만에 0km/h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것과 같다.
2013년에는 EUV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리소그래피 광원 제조업체인 싸이머(Cymer)를 9억5000만 유로(약 2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ASML'은 노광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72%)를, 'Cymer'는 리소그래피 레이저 시장에서 세계 1위(83%)를 기록하던 기업이다. 싸이머는 EUV 광선의 출력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과 광선의 굴절, 회절 반사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세계적인 업체였다.
싸이머는 렌즈업체인 칼 자이즈와 함께 ASML의 비상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두 날개다. 이 두 회사가 ASML EUV 장비 핵심 기술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외에 ASML의 핵심협력파트너로는 TNO(국가응용과학연구소), ARCNL, UC샌디에이고, 일리노이대학, 브라운호프 등이 있다.
ASML은 또 2016년에는 대만 전자빔 계측 도구의 선두 공급업체인 헤르메스 마이크로비전(HMI: Hermes Microvision)을 30억달러(약 3조 6000억원)에 인수해 전체적인 리소그래피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7년에 들어 실질적인 대량 양산 장비(HVM: 시간당 125장의 웨이퍼 가공) 제품인 'TWINSCAN NXE 3400B'를 생산하면서 대형 공급의 물꼬를 텄다.
ASML은 2020년초에 EUV의 대량 생산에 돌입해 지난해 40대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40대의 EUV를 이미 판매했다. 이를 통해 올해 1~9월까지의 매출은 144억 유로, 영업이익은 49억 유로를 기록 중이다. 이제는 대당 5000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EUV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SML은 TWINSCAN NXE:3400B에 이어 2019년 7나노와 5나노 공정을 통해 시간당 17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TWINSCAN NXE:3400C, 최근엔 5나노와 3나노 로직공정으로 시간당 160장 이상 가공할 수 있는 TWINSCAN NXE: 3600D까지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ASML의 연간보고서에 기재된 판매대수와 판매금액을 통해 계산한 EUV 장비 1대당 가격은 한화로 2400억원 정도(계측&검사 장비까지 합쳐면 3000억 정도)다. 판매대수로 가장 많이 팔리는 KrF 장비(대당 약 150억원)보다 20배 가량 비싸다.
사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세계 노광장비 시장은 ASML 외에 일본의 캐논과 니콘,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등이 각축을 벌이던 춘추전국시대였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쥐고 있던 1970년대에는 물론 미국 기업인 AMAT가 절대 강자였다.
일본이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던 1980년대에는 일본 캐논의 노광기 시장 점유율이 40%, 니콘이 20%로 일본이 장악했고, 그 뒤를 AMAT가 15%, ASML은 5%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0년 들면서 ASML이 300mm 웨이퍼용 노광장비 시장에서 선전하며 천하통일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NEC 등 일본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1990년대 중반 한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캐논과 니콘은 카메라 시장 이나 복사기 시장 등 다른 분야에 집중한 반면 오직 반도체용 노광기만 집중하던 ASML은 한우물을 파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KrF에서 ArF, ArFi에서 주도권을 쥔 ASML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EUV 노광기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ASML은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서서 중국 반도체 성장의 발목을 확실히 잡는 미국의 '키' 역할을 하고 있다.
ASML은 3나노까지 진화한 기술을 2나노 이하까지 더 발전시키기 위해 NA(렌즈 개구수: 클수록 해상도가 높음)를 현재의 0.33에서 0.55로 높이는 제품을 2025년까지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장비가 출시될 경우 가격은 1대당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경쟁에서 밀린 일본 캐논은 방식을 달리 해 스탬퍼로 회로를 눌러서 찍듯하는 방식의 나노임프린터(imprint: 위 사진) 방식으로 2나노 미세회로 공정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기술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은 입자가속기(싱크로트론)를 기반으로 한 EUV 광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9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싱크로트론을 활용해 X선에서 EUV까지 새로운 광원을 만드는 SSMB(Steady-State MicroBunching)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냈다. 전자가 자기장을 따라 고속의 입자 가속기 내에서 빠르게 운동하면서 고에너지를 갖게 되는데 이 광자에서 EUV 파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슝안신구 당국과 칭화대는 둘레 100~150m의 싱크로트론을 건설할 부지를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노광기술 국산화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왜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규모 반도체 제조업체를 갖고 있으면서도 ASML과 같은 기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30년 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하기 전 한 때 ASM(ASML의 전신)에 근무했던 황철주 회장은 "ASML은 혁신을 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력업체를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키운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인 장비업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의 경쟁력이 칼 자이즈나 싸이머, HMI 등 파트너의 경쟁력을 합한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국내 기업들끼리 서로 신뢰하고 상호 협력해 혁신기업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에서도 ASML과 같은 기업이 생겨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ASML이 30년 전부터 한 분야에 집중해 협력업체들과 지속적인 혁신을 해왔던 것처럼 우리 반도체 생태계도 공동연구 등에 힘을 모아 세계적인 장비 기업을 육성하는 협력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총액은 2918억달러(한화 약 380조원, 12월 20일 종가기준)으로 삼성전자(446조 5397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ASML의 지난해 매출(약 28조원)이 삼성전자(304조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85%수준까지 오를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는 2022년 경기도 화성시의 동탄2신도시에 ASML 아시아 본부와 연구소 등을 짓고 있다. ASML코리아는 1996년 설립돼 현재 2000명 이상이 4곳의 사무실에 일하고 있다. 지사장은 이우경 사장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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