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흐릿’ 맥신 ‘보통’ 메타물질 ‘맑음’···올해 주목 신물질 상황은

강민구 2023. 12.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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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질 개발 소식에 증시 영향주고, 국민관심 받아
LK99 검증위 "초전도체 아냐"···퀀텀 "논문·특허로 해결"
KIST, 맥신 대량합성 가능성 열고 데이터 확보 추진
파동연구단, 메타물질 연구 국방, 산업 응용 확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2023년은 유난히 ‘꿈의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 소식이 주목 받았던 한 해였다. 상온상압(자연 그대로의 기온과 압력 상태) 초전도체(LK-99)부터 맥신, 메타물질 등 잇단 신물질들의 연구개발 움직임에 국내 과학계는 물론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상용화될시 기존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발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 상용화를 이뤄내거나 가시화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신물질 개발은 아직 진행하고 있거나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날씨로 비유하면 LK-99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흐림’에 가깝다. 또한 맥신 연구는 ‘보통’, 메타물질은 ‘맑음’ 정도다. 상용화까지는 과학적인 검증 기간이 필요한만큼 국민들의 차분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노벨상 받을 성과? LK99 검증위 “초전도체 근거 없어”

LK-99는 올해를 뜨겁게 달군 핵심 키워드였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사실이라면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한다. 극저온으로 냉각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의료,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된다. 당장 노벨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초전도체는 지난 7월 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 사전공개사이트인 ‘아카이브’에 LK-99 논문을 공개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이후 전 세계 과학계에서 검증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가 약 4개월간 활동하면서 결국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제 학술지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대표 학술지들이 LK-99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특히 사이언스는 “한국 연구팀이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을 전했으나 과학계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빠르게 뒤따랐다”라며 “위법 행위 혐의는 제기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초전도체의 꿈을 추구하는 데에서 큰 실수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LK-99에 대한 세간의 기대감은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여전히 초전도체 가능성에 대해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퀀텀 관계자는 “APL(미국물리학회) 학술지 보완 요구 사항을 반영해 작업하고 있고 특허 분쟁에 대해서도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제출해 기다리고 있다”며 “검증위의 결과에 대해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초전도체 이슈와 한국 연구팀에 대해 언급했다.(자료=사이언스)

맥신 대량 합성 상용화 추진, 스텔스물질은 국방 응용 기대감

‘꿈의 신소재’ 맥신도 대량생산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실제 과학적 검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맥신은 금속층과 탄소층이 교대로 쌓인 2차원 나노물질이다. 전기전도성이 높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전자기기,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협력센터 연구팀은 맥신 표면 분자의 자기수송 특성을 활용한 분석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맥신의 분자 분포를 분석할 수 있어 생산과정에서 제대로 된 품질관리를 할 수 있고 기존에 불가능했던 대량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구팀은 한국(응용 분석), 인도(시뮬레이션)를 넘나들며 이 방법을 이용한 ‘공략집(지도)’을 만들고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승철 KIST 한·인도협력센터장은 “맥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이 방법이 실제 의미있다는 과학적 데이터를 얻을 계획”이라며 “정부에서도 국제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우수한 인력이 있는 인도 등과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본원과도 연결해 응용 가능성을 살펴보려고 한다”고 했다.

KIST 한·인도협력센터 연구진.(사진=KIST)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의 메타물질도 조금씩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없는 물질 특성을 지닌 인공구조물이다. 메타물질을 제어하면 전기유전율 등을 조절해 물질 성질을 바꿀 수 있다. 연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극한물성시스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국방 분야에서 더 성능이 우수한 무기체계에 적용해나가고 있다. 전투기의 90%를 가려줄 수 있는 스텔스 물질이 대표 사례다.

연구단 관계자는 “국방, 산업 분야에서 활용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신물질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물질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은 “과학은 가능성”이라며 “진위 여부가 나오기까지 계속 검증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K-99 검증위원회의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면서 “신물질 개발 연구는 계속 필요하며 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 과학적 검증을 하고, 동료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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