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투자대회 열어 펀드매니저 뽑은 이 회사... 주식 실력 좋은 건 SKY 아니었다

강정아 기자 2023. 12. 2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임폴리오, 제1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 시상식
수익률 18.15% 성대 조근원 1위 “주도주 중심 투자”
플러스 수익률 낸 101명 중 SKY 출신 9명 불과
“2021년 미국 투자 챔피언십 우승자 마크 미너비니의 투자 방식을 참고했습니다. 시장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 잠재력,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뛰어난 종목 선별에 집중했더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네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본사에서 열린 제1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Road to Fund Manager)’ 투자 대회 시상식에 참석한 조근원 군(성균관대)은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로부터 상장과 트로피를 받은 후 이같이 말했다. 수익률 18.15%로 1위에 오른 조 군은 운용능력평가에서도 A+를 받으며 대학생답지 않은 노련함을 발휘했다.

조 군은 “예전에도 증권사가 주최하는 투자 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다”며 “이번 타임폴리오 대회는 투자 종목이 다양했고, 실제 펀드매니저와 같은 조건에서 매매할 수 있어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본사에서 열린 제1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 투자 대회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들이 황성환 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영빈 군(부경대), 조근원 군(성균관대), 김상혁 군(성균관대), 성민혁 군(성균관대),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오효근 군(성균관대), 우신욱 군(한국외대), 김윤영 군(카톨릭대). /전준범 기자

헤지펀드 명가(名家) 타임폴리오는 올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로드 투 펀드매니저 대회를 진행했다. 해외 20개 대학을 포함한 국내외 119개 대학에서 총 451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대회 기간 코스피 지수는 2.85% 올랐으나 코스닥 지수는 1.11% 하락했다.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11월 초에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주가가 요동치는 바람에 많은 참가자가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의 펀드매니저를 발굴한다는 대회 취지에 맞게 운영 규정도 까다로웠다. 타임폴리오는 개별 종목의 포트폴리오 편입 한도를 15% 이내로 제한했고, 수익률 왜곡을 막고자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종목의 합산 비중도 4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조 군을 비롯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대학생 7명은 어수선한 증시 환경과 까다로운 대회 규정을 모두 이겨내고 운용능력을 인정받았다.

황성환 대표는 상기된 표정의 7명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직접 상장과 트로피를 줬다. 그는 시상을 끝낸 뒤 “수상자 모두 여의도의 보석이 될 원석들”이라며 “주식시장에선 대중 심리를 무작정 따라가면 돈을 잃게 된다. 원석을 깎듯 자신의 나쁜 투자 습관을 개선해 최고의 매니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수익률 상위 3명은 총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또 운용능력평가 A+를 받은 6명에게는 채용 연계형 인턴 혜택을 줬다. 타임폴리오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채용 연계 투자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로드 투 펀드매니저 투자 대회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성균관대 조근원 군(오른쪽)이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전준범 기자

이날 시상식에서 눈에 띈 부분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SKY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타임폴리오에 따르면 SKY 출신 대회 참가자는 총 51명이었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101명 중 SKY 출신은 9명(8.9%)에 그쳤다.

성균관대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전체 수상자 8명 중 4명이 성균관대 소속이었다.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조근원 군을 포함해 운용능력평가 A+를 받은 김상혁·성민혁·오효근 학생이 성균관대 재학생이다. 이 중 김상혁 군과 성민혁 군은 같은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이기도 한 황 대표는 자신도 학창 시절 여러 투자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을 토대로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수상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황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학력과 스펙은 펀드매니저 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며 “오히려 대학 시절 현장에 뛰어들어 깨져도 보고 돈을 벌기도 한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했다.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확고한 투자 철학을 드러냈다. 부산 부경대에 다니는 정영빈 군은 투자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따르고자 활동명을 ‘워렌버핏주니어’로 지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수익률 15.39%로 2위를 차지한 정 군은 “워런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분석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유사한 전략을 써서 확률 높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년에 여의도 내에서 사옥 이전을 계획 중인 타임폴리오는 인턴으로 들어올 수상자들을 위해 신사옥에 20석 규모의 전용 트레이딩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타임폴리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이끌 투자 인재 발굴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