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 이젠 옛말…AI 만난 TV, 우리 집 비서로 '환골탈태'
쇼핑, 음악 정보, 치매 탐지 등 서비스 다양화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최근 골프에 빠진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인공지능(AI) 비서 앱에 "나 퇴근 중인데 곧 집 도착하니까 오후 7시30분에 '골프스타K' 틀어줘"라고 입력했다. 집 도착 후 씻고 난 뒤 거실 소파에 앉으니 오후 7시30분이 되자마자 인터넷TV(IPTV)에 '골프스타K'가 시작됐다.
김씨는 프로그램을 보던 중 한 출연자의 골프채가 자신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청을 중단한 뒤 IPTV로 VOD에 나온 골프채 정보를 확인해 바로 주문했다. 또 촬영한 곳이 어느 컨트리클럽(CC)인지도 IPTV로 알아내 친구에게 전화로 다음 골프 모임에 다녀오자고 말했다.
방송·영화 시청용에 불과했던 IPTV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AI가 시청자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뿐만 아니라 옷 구매, 여행 정보 탐색 등도 가능케 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자사 IPTV B tv에 AI 쇼핑 서비스를 도입했다. B tv에서 VOD 시청 중 등장인물이 입은 옷과 액세서리 등 제품 정보에 뜬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쇼핑몰과 연결돼 제품을 살 수 있다.
AI가 고객 콘텐츠 시청 데이터 등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콘텐츠별, 카테고리별로 알려주며 비슷한 제품까지 추천해 준다. 예컨대 등장인물이 입은 옷이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 명품인 경우 이와 비슷한 스타일을 AI가 추천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스타일리스트 등이 사전에 취합한 메타데이터 덕분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현재 AI 쇼핑 서비스에 제공되는 상품 약 60만개는 6000여개 브랜드 파트너, 1000명의 홍보대행사 파트너, 1000명의 스타일리스트 등이 최근 1500여개 프로그램(7만 회차)에 나온 상품을 종합해 데이터화한 것이다.
또 SK브로드밴드는 내년에 SK텔레콤 AI 비서 '에이닷'을 활용한 서비스도 시작한다. 예컨대 에이닷 앱 내 채팅에서 "샤워하고 올 테니까 10분 뒤에 조선시대 전쟁 영화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에이닷이 B tv 사용 여부를 물은 뒤 "'노량: 죽음의 바다' 어때요?"라고 답한다.
이 밖에도 AI 영상분석 기술로 VOD 콘텐츠를 분석해 영상 속 인물, 장소, 소품, 배경음악, 상황(액션신 등)을 추출함으로써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콘텐츠 속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인사이드' 기능을 강화했다. 시니어 고객을 위해 AI 가상인간이 날씨 등 실생활 정보를 전달하는 AI 휴먼 서비스도 제공한다.
"AI 콘텐츠 추천 써보니 굳이 VOD 목록 찾을 필요 없네"
다양한 AI 서비스, 정체기인 IPTV 새 먹거리로 떠올라
KT는 고객별 추천 콘텐츠가 첫 화면에 노출되다 보니 AI 큐레이션 도입 결과 최근 1년간 VOD 이용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VOD 이용자 수가 미추천 가구 대비 약 2배 더 높았다.
이밖에 KT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AI 케어 서비스를 IPTV 셋톱박스에 접목했다. '지니 TV 케어'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전남 진도군 치매 안심마을 거주민 등 대상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TV 시청 정보(시청 패턴, 채널 변경 빈도)를 분석해 이용자의 치매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한다.
예컨대 평소와 다르게 일정 시간 이상 TV가 꺼지는 등 이상 패턴 감지 시 보건소 담당자와 보호자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지니야! 살려줘" 등을 말하면 응급센터에 연결돼 조치를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IPTV U+tv를 개편하면서 고객 시청 이력 기반으로 AI 콘텐츠 추천 기능을 고도화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AI 추천 기능을 고도화한 결과 지난 6월 기준 추천 콘텐츠 클릭률이 반기 대비 164.8% 늘었다.
IPTV 사업자들이 AI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는 시장 정체기 속에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려 이탈률을 막기 위해서다.
OTT가 국내 미디어 시장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IPTV 가입자 수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집계 결과'에 따르면 IPTV는 2020~2021년에 3~4%대 가입자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지난 상반기 1.21%에 그쳤다.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고객이 IPTV를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거나 이용할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집 안 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IPTV가 제공하는 데 AI 활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 담당도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SK남산빌딩에서 열린 AI B tv 기자간담회에서 "IPTV 주 수입원인 VOD 매출, 홈쇼핑, 광고 등이 TV 이용량 하락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며 B tv 개편 이유를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선거법 위반' 혐의 이재명, 1심서 의원직 박탈형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
- '동방신기 출신' 시아준수, 女 BJ에 협박당해…8억 뜯겼다
- 가구 무료 나눔 받으러 온 커플…박살 내고 사라졌다
- 허윤정 "전 남편, 수백억 날려 이혼…도박때문에 억대 빚 생겼다"
- 반지하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혈흔이 가리킨 범인은
- 탁재훈 저격한 고영욱, "내 마음" 신정환에 애정 듬뿍
- '순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양광준 육사 후배 경악
- 태권도 졌다고 8살 딸 뺨 때린 아버지…심판이 제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