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귤향 이천 막걸리’ 전통주 되나…정부, 전통주 규제개선 착수
타 지역 농산물 섞이면 전통주로 인정 못 받아
일반 주류제조사 막걸리 전통주 인정도 논의할 듯
맥주 지역특산주 편입 관심…통상마찰 우려 존재
국조실 "정해진 방향 없어…의견 충분히 듣고 결정"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전통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규제개선에 착수한다. 국내 농산물 일부를 혼합해 사용했다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시중 막걸리에 전통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규제가 주요 개선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통주 인정 범위 확대 관련 논의를 위해 규제심판회의 또는 규제조정회의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논의는 기획재정부·농식품부·국세청 등 정부부처와 관련 단체가 참여할 가운데 진행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국무총리를 보좌해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로, 각 부처를 통할하는 것 외에도 규제개선이 고유업무 중 하나다.
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나뉜다. 민속주는 주류 부문의 국가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만 해당하기에 범위가 넓지 않다.
반면 지역특산주는 농업법인이 소재지 및 인근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는 경우 인정받을 수 있기에 범위가 넓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 미국 국적의 가수 박재범씨가 만든 ‘원소주’가 전통주가 된 것도 이같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주세 50% 감면 및 온라인판매·배송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역특산주의 원재료를 소재지 및 인근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천 소재 농업법인이 지역쌀을 주원료로 해도 제주도에서 공수한 감귤이 일부 첨가됐다면 지역특산주로 인정 받지 못한다. 최근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감귤 향 이천 막걸리’가 전통주를 인정받지 못하게 만드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 규제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전통주 연구자인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모든 규제를 풀수는 없지만 5~10% 정도 타지역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지역 양조장에서도 훨씬 다양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전통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 전통주 인정여부도 관심…통상마찰 우려도
막걸리의 전통주 인정여부도 해묵은 논란 중 하나다. 막걸리는 2021년 국가 무형문화재 144호로 ‘막걸리 빚기’가 지정된 만큼 전통주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지만 현재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장수나 지평, 국순당 막걸리는 모두 전통주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농업법인이 아닌 일반 주류제조사로 분류되고 수입쌀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지역전통주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통주 편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기존 전통주 업체 및 농민의 반발이 컸다. 기존 전통주 업체는 대형 사업체의 유입으로 인한 시장붕괴를 우려하고, 농민단체 등은 수입쌀을 사용할 경우 지역특산주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대형 막걸리 업체들은 전통주에 부여되는 온라인 판매·배송과 주세 감면 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니 ‘전통주’ 명칭만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막걸리를 당연히 전통주로 알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도 전통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통주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 정체성 확립 및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통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매우 조심스런 분위기다. 해외에서 현재도 전통주에만 부여된 혜택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면 기존 혜택도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주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통상문제로 발전하면 자칫 현재 부여된 혜택도 빼앗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전통주 규제개선과 관련 뚜렷한 방향이나 결론은 내린 부분은 없다”며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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