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클린스만호 선봉에 서보고 싶어요

장민석 기자 2023. 12. 2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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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아시안게임 축구 우승 이끈 조영욱
축구선수 조영욱이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영욱은 이 금메달로 조기전역 했다. /이태경 기자

올 연말, 누구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축구 선수가 있다.

입대 11개월 만에 사회 품으로 돌아온 조영욱(24·서울). 지난 1월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한 그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7월까지 군 복무를 해야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조기 전역 혜택을 받았다.

남은 기초 군사 훈련을 한 달가량 소화하고 지난 1일 자로 민간인 신분이 된 조영욱은 “아직도 내 손으로 던진 수류탄 감촉이 잊히지 않는다”며 “짧은 군 생활이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는 군인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부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조영욱이 떠올리는 지난 아시안게임은 멤버 모두가 금메달이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린 즐거운 추억이다. 황선홍(55)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조별 리그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 파죽지세로 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연이은 졸전을 펼치며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영욱은 “항저우로 떠나기 전에 감독님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걱정하지 마라. 욕은 내가 다 먹을 테니 너희는 그냥 운동장에서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우리끼리 ‘더는 감독님 욕 안 먹게 해드리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조영욱 연령별 대표 득점 기록

대회 결승전은 숙명의 한·일전. 전반 2분 일본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25분 만에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이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2대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린 이는 조영욱. 후반 11분 정우영과 일본 수비수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왼발 찬스였는데 자칫하면 수비에 걸릴 것 같아 한 박자 죽이고 오른발로 찼어요. 요즘도 그 장면을 자주 찾아보는데 볼 때마다 제 침착함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하하.” 황선홍 감독이 우승을 확신한 순간으로 꼽는 장면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조영욱이 결승골을 터뜨리는 모습. / 뉴스1

24세 이하가 출전한 이번 아시안게임은 조영욱에겐 연령별 대표팀을 졸업하는 무대였다.

그는 연령별 대표로만 역대 최다인 85경기를 뛰어 38골을 넣었다. 2019년 폴란드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선 2골을 터뜨리며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때만 해도 스페인 사람이나 다름없었던 강인이에게 한국식 예절을 많이 가르쳤었죠. 근데 이번에 항저우에서 함께해보니 한국 사람 다 되었더라고요. 이젠 파리 생제르맹 스타라 저희가 잘 모셨습니다.”

조영욱은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정정용(54), 신태용(53), 김학범(63) 등 수많은 지도자가 연령별 대표팀에서 자신을 중용한 이유에 대해 “감독님과 면담 자리에서 나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그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어필한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4경기에 불과한 A매치 경력도 늘리고 싶은 바람이다.

조영욱은 "이제는 A대표팀에서도 내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그에게 올 시즌 상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가능성을 열어준 팀이 됐다. 2019년 U-20 월드컵에서 함께 준우승을 일궜던 정정용 감독이 지난 4월 K리그2(2부) 김천 상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그는 감독 신뢰 속에 득점포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13골을 터뜨리며 프로 입단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지난여름엔 리그 최다 타이인 7경기 연속 골도 기록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느라 9월 초까지 K리그 경기를 뛴 그는 상무가 부산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K리그2 1위를 차지하며 1부 승격을 확정하는 장면을 훈련소 생활관에서 지켜보며 환호했다.

그의 프로 데뷔 첫 우승. 이제 FC서울 선수로 돌아온 그는 “내년에 원두재와 이상민 등 상무 입대 동기들을 K리그1 무대에서 만날 텐데 꼭 눌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욱은 FC서울 엠블럼을 가리키며 내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이태경 기자

“수원 삼성이 2부로 떨어져 피 끓는 ‘수퍼매치’가 사라진 점이 정말 아쉬워요. 근데 지금 다른 팀을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저희가 계속 아랫물에서 놀고 있는데 이젠 윗물로 가야죠.”

공격 선봉으로 나서 4년 연속 파이널B(7~12위)로 떨어진 서울을 파이널A(1~6위)로 끌어올리고, 다시 우승 경쟁을 하는 팀으로 만드는 게 조영욱의 내년 목표다. “제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출신이거든요. 로컬 보이인 만큼 제가 사랑하는 FC서울의 팬들이 내년엔 어깨를 쫙 펴고 다닐 수 있게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조영욱은 "매 시즌이 중요하지만, 내년은 축구 선수 커리어에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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