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 FEOC와 K배터리 공급망 대응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2023. 12. 2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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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우려기관(FEOC) 지침을 발표했다. 그동안 FEOC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배터리 공급망 조정에 애로가 있었는데, 이번 지침의 발표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미 IRA는 최대 7500불의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데, FEOC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중국산 배터리, 부품·소재 및 핵심광물을 사용하는 전기차에 미국 국민의 세금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미 IRA를 계기로 한미 배터리 전략동맹은 큰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 40개 전기차 모델이 IRA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 중 29개 모델(72%)이 K배터리를 채택 중인 것이 좋은 사례이다. 아울러, K배터리는 미국 현지에 14개의 배터리 공장을 신규 건설하는 투자를 추진 중이며, 2026년 이후에는 북미산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K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배터리 전략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IRA 합치(compliance)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현안이다. 미국 FEOC 지침이 내년 1월 1일부터 배터리 셀·모듈·부품에, 2025년 1월 1일부터는 배터리 양극재·음극재·전구체·핵심광물·재활용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 중국 의존 배터리 공급망을 미 FEOC 지침에 합치되는 형태로 재편하는 노력을 가속해야 할 것이다.

미국 FEOC 지침은 '중국 정부'의 관할권 대상이 되거나, 중국 정부의 '소유, 통제, 지시 대상'이 되는 '외국 기관'을 FEOC로 정의한다. 이 지침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배터리, 소재·부품,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FEOC에 해당한다. 또한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설립된 기업(entity)이라 하더라도 '중국 정부'에 의해 '소유, 통제되거나 지시(이하 통제)'의 대상이 된다면 FEOC로 간주한다.

여기서, '통제'라 함은 중국 정부가 25% 이상의 이사회 의석, 의결권, 지분을 누적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것(25% 기준)을 의미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라 함은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한정하지 않고 산하 기관, 금융기관, 유틸리티 및 중국 공산당을 포함하며, 행정·사법·입법·군부 또는 공산당의 전현직 고위 관리 및 직계가족(배우자 측 포함)까지 매우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60%, 니켈의 65%, 코발트의 68%가 중국에서 가공(refining)된다. 그리고 제3국에서도 니켈, 코발트 광산과 정제련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K배터리도 예외는 아니다.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전구체, 수산화리튬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특히 음극재의 핵심 재료인 흑연은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서 벗어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흑연의 경우 공급망 전환에 시간이 필요하고, 대중국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에 있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추진하던 한중 합작 투자사업의 지분 재조정으로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FEOC 지침의 발표를 배터리 공급망의 과도한 중국 의존을 낮추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K배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최근 정부는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과 '산업공급망전략 3050'을 잇달아 발표했다. ◇38조원의 정책금융 확대, ◇해외 자원개발 투자액의 3% 세액공제, ◇국내투자 입지·환경규제 개선, ◇사용후 배터리 제품 인정 및 법제도 기반 확충 등 다양한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방안이 담겨 있다. 국회에서도 공급망 3법의 입법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 안보 및 한미 배터리 전략제휴 강화를 위해 이번에 발표된 정부와 국회의 지원방안들이 산업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시행되기를 희망한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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