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마지막 기회

이정혁 기자 2023. 12. 2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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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파급력이 훨씬 큰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고강도 LH 혁신(또는 개혁)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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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LH' 간판을 단지 1년 만에 1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하는 등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서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의 타깃으로 삼았고 박근혜 정부 때는 부실·방만 경영의 표본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정부로 들어서는 2021년 LH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인 이른바 'LH 사태'가 터졌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LH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엄청났다.

윤석열 정부 와서는 아파트 철근(전단보강근)이 빠진 전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LH 출범 이후 19년간 '소나기는 피하자'고 보자는 땜질식 대응의 결과가 속칭 '순살 아파트'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주 LH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 경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후속 대책으로, LH 독점 구조였던 공공주택 공급 방식이 대폭 바뀌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가 LH에 사실상 부지만 공급하고 사업 전 과정을 건설사들에 맡기려는 것은 경쟁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종의 '메기 효과'를 통해 LH의 구습인 전관 특혜, 부실시공으로 인한 공공주택 품질 저하 등의 고질병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다.

특히 철근 누락 사태와 같은 원인이 전관예우와 이권 개입, 담합 유발 등으로 드러나면 5배 한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동안 수차례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파급력이 훨씬 큰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고강도 LH 혁신(또는 개혁)안을 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비상경영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구조개혁안을, 문재인 정부는 '엘피아(LH와 마피아 합성어) 카르텔' 해체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1~2차)을 쏟아냈다.

매번 대대적 조직 개편, 20% 이상 인력 감축, 투기 방지 시스템 구축 등 각종 근절책이 담기고 또 추가를 거듭했으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지난 8월 LH는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근절대책' 등 자체 쇄신안을 내놨지만 철근 누락 아파트 규모를 은폐하고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 4명을 꼼수 사퇴시킨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혁신안은 외부(민간)의 힘을 빌린 첫 사례인 동시에 처벌 수위도 유례없을 정도로 높다. 정부는 공공주택을 적기에 공급해 서민 주거복지 안정화와 수준을 높이는 LH의 설립 목적에 맞춰 현실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와 LH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혁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해체 밖에 답이 없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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