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판세 달렸다, 최대 격전지 된 수원
임명 3개월도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후임 인선이 지난 17일 발표되자, 정치권에서는 “‘수원성 전투’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방 장관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원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원시의 5개 지역구를 전부 이겼다. 당 안에서도 “수원성은 파랗다”고 한다. 파란색은 민주당, 빨간색은 국민의힘 상징색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지도와 중량감을 갖춘 후보를 대폭 투입하며 파란 수원성에 균열을 내려 준비 중이다.
방 장관은 수원병 또는 수원무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병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재선 김영진 의원 지역구다. 수원무는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김진표 국회의장 지역구지만 이번에는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염태영 전 수원시장, 이병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방 장관에 앞서, 국민의힘 인재 영입 1호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수원 출마를 선언하고 수원정 지역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수원정은 민주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박광온 의원이 현역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현준 전 국세청장은 수원갑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김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냈다. 수원갑 현역 의원은 민주당 ‘처럼회’ 소속인 김승원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수원을(현역 백혜련 의원) 지역에 투입할 후보도 물색 중이다.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사실상 대진표가 거의 완성 단계에 온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수원에 집중하는 건 지난 21대 총선은 물론이고 20대 총선에서도 수원 5개 지역을 모두 내준 게 큰 선거의 ‘경기도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수원은 경기도에서 단일 시·군으로는 가장 많은 지역구가 몰려있다. 수원에서 5곳을 다 지면서 국민의힘은 20대 총선에선 경기도 60석 중 19석밖에 못 이겼다.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수원 5곳을 포함, 전체 59석 중 51석을 싹쓸이하며 ‘180석 압승’ 결과를 냈다.
수원이 원래부터 민주당 텃밭이었던 건 아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19대 총선까지 수원병 지역에서 내리 5선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원에서 최소 3석을 이겨 ‘3대2′를 만들면 전체 경기 선거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수원이 흔들리면 경기도 전체가 위협받는다”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은 “수원 출신 장관까지 급히 차출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광온 의원은 친문 핵심, 김영진 의원은 친명 핵심”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선 꼭 이겨야 할 지역들”이라고 했다.
수원은 수도권이면서도 특유의 지역색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수원 연고’를 후보 자격 1순위에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방 장관과 김 전 청장 모두 수원 수성고 출신이고, 이수정 교수는 재직 중인 경기대 후문이 수원정 지역에 있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재건축 사업과, 대기업에 다니는 인구 유입으로 인구 구성이 변화하고 있는 건 양당에 변수다. 작년 6월 수원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이재준 후보가 이겼지만 격차는 0.5%p에 불과했다. 수원 지역에 밝은 한 인사는 “대선과 지선 때 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수원 2~3개 지역구는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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