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특검’은 여야 합의 추천하고 총선 직후 실시로

조선일보 2023. 12. 2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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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총선 후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는 한 장관 말처럼 김 여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기와 내용, 범위 등이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선 안 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친문 검사들을 투입해 1년 반 넘게 이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그 후 지금까지 김 여사 관련으로 무슨 새로운 단서나 사실이 나온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이것이 특검 찬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해 이 사건을 다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면 정략적 이용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 뭔지 알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검은 보통 여야가 합의해 추천해왔다. 그런데 민주당 특검법은 국민의힘은 빼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에서 정의당 도움을 얻기 위해 특검 추천권을 정의당에 주기로 했다. 6석 정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경우도 있나. 특검이 수시로 수사 과정을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해 사실상 수사를 생중계하도록 한 것도 문제 소지가 크다. 특검이 진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총선용 정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 계획대로 연내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1월 중 특검이 구성된다. 수사 기간은 1차 70일에 30일을 더 할 수 있다. 총선을 치르는 4월 10일까지 특검이 계속될 것이다. 특검 수사를 선거 기간 내내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일방 통과시켰다. 그러더니 이번 총선 때는 대통령 부인 특검으로 선거판을 흔들려고 한다.

이런 무리한 특검법이지만 시중 여론이 많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납득할 수 없는 처신 탓이 크다. 대통령 선거 때는 ‘내조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선거가 끝나자 다르게 처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반발을 살 것이다.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당당히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진실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선거 정략에 이용하는 특검이 돼서는 안 된다. 특검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고 수사 개시를 총선이 끝난 직후로 해도 진실을 파헤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특검을 여야 합의로 추천했다고 파헤칠 문제를 못 파헤친 적이 없다. 민주당도 특검을 선거 정략으로 이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총선 직후 특검 실시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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