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언급 “경제 세계 2위” 실감할 국민 얼마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국 경제를 OECD 35국 중 2위로 평가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보도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견지해 온 건전 재정 기조 하에서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지난 1년간 근원 인플레이션, GDP(국내총생산), 고용 증가율 등 다섯 가지 경제지표로 경제 순위를 매겼고, 1위 그리스에 이어 한국을 2위에, 미국을 3위에 올렸다. 반면 물가가 많이 오른 독일(27위), 영국(30위) 등 유럽 국가엔 낮은 순위를 매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 매체에서 한국 경제가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은 분명히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 평가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속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뜻이지, 민생 경제가 좋아졌다거나 경제 개혁이 진전을 이뤘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서민층은 물가고에 시달리고 높은 집값, 높은 금리는 여전히 청년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경영 사정도 호전될 기미가 없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우리 사회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다. 숫자상 고용 지표는 양호하지만 고령층 일자리만 생기고 청년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아 고용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산업 구조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규제 개혁 부진으로 경제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일자리, 교육, 집값 등 전반적 사회 여건이 어렵고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데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 성적 2위’는 국민이 잘 실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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