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美·日에 외교 치중된 인상”...尹정부 외교정책 변화 시사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일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라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동맹 복원,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제도화가 순차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한중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전 정부에서) 한미 동맹, 한일 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어 윤석열 정부 들어 그것을 복원시키는 데 매진하다 보니 한·미, 한·일, 한·미·일에 치중된 인상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제는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올해 한국이 의장국이지만 연내 개최가 어려워진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3국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성립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3국은 정상회의 개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고, 공동 성명 채택도 불발됐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코로나와 한중 관계 악화로 4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진용을 새로 짠 윤석열 정부 2기 외교·안보 라인 앞에 놓인 주요 과제 중 하나는 한중 관계 관리다. 북한의 군 정찰위성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 미·중 전략 경쟁 속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우리 국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 핵·미사일 도발, 탈북민 강제 북송 등과 관련해 기회가 될 때마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올해 9월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총리와 만나 2014년 7월이 마지막이었던 방한(訪韓)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시 주석은 최근 몇 달 사이 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베트남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조 후보자는 20일, 지난해 10월 한·중 고위지도자 포럼 참석차 베이징에 방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중국 측도 미·중 전략 경쟁의 여러 파장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가 원만하고 조화롭게 발전될 수 있도록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우리 외교의 중심축이겠지만 한중 관계 관리·개선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쏟으며 협력할 수 있는 건 협력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를 위해 취임하는 대로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공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가 이른바 ‘원칙이 바로 서 있는 가치 외교’를 지향하고 있어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외교 기조가 심화될 가능성은 크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 등을 지낸 다자(多者) 외교 전문가다. 올해 8월 한 행사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 성명에 불참한 것 관련 “국익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갈지(之) 자 행보”라며 “정권의 이념이나 그때 그때의 상황 논리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은 최용준 동북아국장과 류진쑹(劉勁松) 아주사장(국장)이 19일(현지 시각) 중국 선전에서 만나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는 20일 “올해 한중 관계 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양자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성숙한 한중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방면에서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관련 “대화를 다시 복구한다는 게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며 대화와 협상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2016~2019년 주(駐)유엔 대사로 있으면서 대북 대화와 제재의 ‘투 트랙 프로세스’를 관리한 경험이 있다. 그는 ‘한·미·일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협력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중·러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추진했던 이전 정부(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중·러 관계는 강화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라며 “거꾸로 이해하는 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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