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태열 외교 장관 후보자의 “한중 관계도 중요” 인식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일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문재인 전 정부에서) 한미 동맹, 한일 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소 소홀해져 윤석열 정부에서 복원에 매진하다 보니 한미, 한일, 한·미·일 쪽에 치중된 현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았던 일제 징용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안으로 수습했다. 8월에는 정상화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선언을 통해 3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외교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는 면에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 같은 흐름에 반발하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 한중 간 무역 규모가 한미, 한일 간 교역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은 북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라는 사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72%는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정책으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82%는 한중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고,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필수적인 문제다.
조 장관 임명을 계기로 한미 동맹, 한·미·일 3국 협력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대중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관련 외교 진용을 쇄신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한중 간 물밑 채널은 거의 소멸하다시피 했다. 양국 간 1.5 트랙 차원의 협의를 넓혀가는 것도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내년 1월부터 2년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6월에는 안보리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 후보자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으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지만, 유엔을 통한 대북 압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러는 2006년부터 대북 제재 결의에 10차례 이상 찬성한 국가다. 이를 스스로 어기고 있는 데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들을 정상 궤도로 이끄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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