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소상공인 밀착 컨설팅… 취약점을 경쟁력으로 바꿔

태현지 기자 2023. 12.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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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용보증재단, 중장년 사업자 온라인 진출 돕기 위해 일대일 디지털 교육
온라인 플랫폼 진출-마케팅 지원 등 올해 250개 업체 배출…내년 2기 공개 모집
온라인 전문가의 실무 경험 전수 토크 콘서트.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사장 주철수, 이하 재단)은 디지털에 취약한 중장년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중장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을 올해 최초로 시행해 250개 업체를 배출했다. 이 사업은 특히 온라인 활용이 서툰 만 40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장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담 관리자가 업체별 1대1 매칭돼 디지털 역량 진단부터 교육·컨설팅·비용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디지털 전환을 도와준다.

컨설팅은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는 진단 컨설팅, 실행 과제를 찾는 처방 컨설팅, 실행 과제 완수를 지원하는 지도 컨설팅으로 세분화해 밀도 있게 이뤄진다.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활용에 능숙해질 수 있도록 기초·심화 과정의 온·오프라인 교육도 제공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진출, 온라인 마케팅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 비용 300만 원을 제공한다. 리마인드 과정 등 사후관리까지 꼼꼼히 지원하며 우수 기업에는 추가로 사업 정착 비용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 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재단 주철수 이사장은 “고금리, 소비 침체 등 경영 여건 악화와 디지털 경제로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진단, 밀착 컨설팅, 비용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금년도 배출한 기업의 매출 상승, 고용 창출, 온라인 진출 확대 등 우수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2024년에 중장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2기 대상 250개 기업을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나이의 한계 넘으니 생활에 활력 생겨… 또 다른 시작점 됐어요”

중장년 디지털 전환 우수 기업 대표 3인의 소감

476% 매출액 상승 신화 ‘비단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비단전’의 황설하 대표(왼쪽).

한국의 전통을 모티브로 일상에서 쓰임이 있는 공예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끝에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흑립 갓끈 안경 줄은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입점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박물관 위탁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이었기에 부족한 자금으로 사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온라인 판로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은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컨설팅에서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 전통 공예품 작가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 및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왕의 면류관, 익선관을 모티브로 한 볼펜을 신제품으로 출시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해당 제품으로 ‘2023년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에서 기념품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온라인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 오프라인 판매처(한국문화재재단, 롯데마트 한국문화상품관, 무인양품 강남점 및 공간와디즈 팝업스토어 등)에도 입점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액이 476%나 증가했고 소음과 진동으로 힘들었던 지하철 역사 내 사무실에서 작지만 햇살이 잘 드는 곳으로 사업장도 이전했습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만 뷰 영상의 주인공 ‘별난찬방’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별난찬방’의 조금희 대표(가운데).

처음엔 온라인으로 사업 신청조차도 어려운 ‘6학년 3반’이었습니다. 매장을 홍보하는 방식도 음식을 배달할 때 전단을 함께 넣어 보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손엔 전단이 아닌 스마트폰이 들려 있더군요. 온라인 홍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63세 디지털 생초보에겐 어디서 배워야 할지조차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디지털 전환 지원이라는 사업을 만나게 됐습니다.

재단에서 실습 교육을 수강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처음 설치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 어려웠고 그저 하나하나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왜 잘 안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꾸준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1개의 짧은 반찬 준비 영상을 올렸습니다. ‘누가 이것에 관심을 둘까?’ 걱정했지만 3개월 후 총 8만 명이 제 영상을 봤습니다. 영상을 본 손님에게서 반찬 문의가 오기도 하고 처음 보는 고객이 가게를 찾아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신청한 지원사업이 나이의 한계를 넘어 삶의 활력을 얻게 해줬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지금은 온라인 판매를 해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또 다른 시작입니다. 올해 ‘6학년 3반 인스타그램 빠개기’를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전단 대신 SNS로 소통한 ‘원알엠 피트니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원알엠 피트니스’의 박남준 대표.

오랜 운동 경력으로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마케팅 지식이 부족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단을 돌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집합 금지, 영업 제한 등으로 떨어진 헬스장 매출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하려 했지만 평생 아날로그가 익숙한 저에겐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민스러운 날들을 보내던 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업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원알엠’이란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를 말합니다. 헬스 PT를 통해 고객 수준에 맞는 운동 방법으로 수행 능력을 올리듯이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도 온라인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부터 상권과 목표 고객을 설정하는 방법까지 제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역량을 끌어올려 줬습니다.

재단에서 지원해 준 블로그 체험단 덕분에 회원도 많이 늘었고 하루에 PT 수업만 14개가 있는 날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고 몸도 피곤하지만 매출이 많이 올라 마음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저희 매장을 더욱 알리려고 합니다. 중장년 소상공인 사장님들 모두가 저처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해 보세요.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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