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단독주택 공시가 ‘역대 최소’ 0.57% 오른다

표준지 공시가도 1.1% 상승 그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모습. 이 매장의 부지는 내년도 공시가격이 ㎡당 1억7540만원으로 전국 표준지 58만필지 중 가장 비싸다. /뉴시스

2024년 전국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0.57% 상승하고, 표준지(地) 공시가격은 1.1% 오른다. 이 같은 변동 폭은 단독주택의 경우 200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표준지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가장 작은 것이다.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 데다, 올해 단독주택과 토지의 가격 변동도 미미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이나 땅 소유자들의 내년 보유세 부담도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은 단독주택이 -5.95%, 표준지는 -5.92%였다.

공시가격은 직전 연도의 가격 변동에 현실화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의 새해 공시가격은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

그래픽=김하경

◇표준 주택 공시가 변동 폭 2005년 이후 최소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1일 기준 표준 주택과 표준지의 공시가격을 20일 발표했다. 표준 주택과 표준지는 정부가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린 표본이다. 표준 주택은 409만가구 중 25만가구, 표준지는 전국 3535만필지 중 58만필지다. 정부가 표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정하면 이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머지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내년 표준 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0.57% 오른다. 지역별로 서울(1.17%)이 가장 많이 상승하고, 경기(1.05%), 세종(0.91%), 광주(0.79%), 인천(0.58%) 등이 전국 평균을 웃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단독주택 평균 가격은 1~11월(누계) 0.04%(매매가격지수 기준) 올랐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1.1% 상승한다. 세종시(1.59%)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경기(1.35%), 대전(1.24%), 서울(1.21%), 광주(1.16%) 등의 순이다. 제주(-0.45%)는 유일하게 공시지가가 하락한다. 실제 올해 들어 땅값은 10월까지 누적으로 0.52% 올랐다.

올해 평균 6% 가까이 하락했던 단독주택과 땅의 공시가격이 새해 소폭 상승에 그치는 것은 실거래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은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동결됐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 9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2021년부터 현실화율을 전년 대비 2~3%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그해 단독주택과 땅의 공시가격도 7~1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이로써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표준 주택 53.6%, 표준지 65.5%로 적용됐다.

◇13억 단독주택 보유세 10만~20만원 늘 듯

내년 공시가격이 소폭 오름에 따라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내는 보유세도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지점장(세무사)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13억300만원인 서울 용산구 A 주택의 공시가격이 내년 13억17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는 334만5816원에서 349만7573원으로 15만원가량(약 4.5%) 늘어난다. 현실화율로 역산하면 이 집의 시세는 24억원 정도다. 올해 공시가격이 16억1900만원인 종로구 B 주택의 보유세도 올해 488만5368원에서 내년 513만7186원으로 25만원가량(약 5.2%) 늘어난다.

내년도 공시가격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표준 주택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 나타났다. 내년 공시가격이 285억7000만원으로 올해(280억3000만원)보다 1.9% 높게 산정됐다. 이 단독주택은 연면적 2861.8㎡ 규모로, 2016년 표준 주택에 편입된 후 9년째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시가격 상위 주택 10가구 중 7가구가 서울 용산구에 있다.

표준지 중에서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부지(169.3㎡)의 내년도 공시지가가 0.7% 올라 ㎡당 1억754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평당(3.3㎡)으로 환산하면 5억7882만원으로, 2004년부터 21년째 1위다. 2위는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392.4㎡)로 ㎡당 공시지가가 1억7400만원이다.

표준지·표준 주택 공시가격 열람 및 의견 청취 기간은 내년 1월 8일까지이며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1월 25일 확정 공시한다.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 제출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하거나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처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