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늘어난 ‘빚투’ 이차전지에 몰려... 시장선 “신중해야”
공매도 전면 금지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부터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에 국내 증시가 꿈틀거리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그런데 빚투가 이차전지 관련주에 쏠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돈을 의미하는 신용융자잔고는 9월 중순까지만 해도 20조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신용융자잔고가 꾸준히 감소해 11월 초 16조5000억원대까지 줄었다. 9월 중순 2600선에 다다랐던 코스피가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 등의 여파로 급격히 하락해 10월 말 2300선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달 초 공매도 전면 금지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고, 이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공개된 점도표에서 내년에 연준 위원들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가 회복세를 보였고, 이에 신용융자잔고도 18일 17조3310억원까지 늘었다.
◇이차전지주에 몰린 빚투
신용융자잔고는 특히 이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다. 19일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융자잔고 상위 10종목 중 6종목이 이차전지주였다. 포스코홀딩스의 신용융자잔고가 52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퓨처엠(3287억원), LG화학(1855억원), 삼성SDI(1835억원), LG에너지솔루션(1757억원), SK이노베이션(1739억원) 등도 신용융자잔고 상위권에 들었다.
이 6종목의 신용융자잔고는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달 6일보다 모두 증가했다. 삼성SDI의 신용융자잔고가 507억원 늘어난 것을 비롯해 포스코퓨처엠(256억원), 포스코홀딩스(209억원)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신용융자잔고 상위 10종목 중 이차전지주로 분류되지 않은 4종목(삼성전자, 셀트리온, 카카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융자잔고가 같은 기간 일제히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2081억원), 에코프로(1773억원), 엘앤에프(1442억원)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신용융자잔고 1~3위를 차지해 이차전지주에 빚투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투자 신중해야”
최근 빚투가 이차전지주에 집중됐지만, 시장에선 내년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이차전지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관련 규제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점을 고려할 때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눈높이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기차 판매 전망치 하향 조정 시기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도 이차전지 관련주엔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차 할인 정책 등 정부의 인센티브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면서 “특히 기업 평균 연비 규제(CAFE) 등을 완화할 경우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어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차전지 관련주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이차전지 관련 주요 기업 8사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올해 초 19조2931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16조3690억원으로 연초 대비 15%가량 낮아졌다. 에코프로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1조1441억원에서 5005억원으로 56% 줄어든 것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8661억원→4882억원)과 포스코퓨처엠(6552억원→3922억원)도 40% 이상 추정치가 낮아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주에 대해 “단기 트레이딩 전략은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면 비율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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