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하루 2000㎉도 못 먹는다… 경기 침체·식량난 ‘코로나 직격탄’

강우량 기자 2023. 12.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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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북한 경제지표’ 보니
웃고는 있지만… 배고픔과 싸우는 北주민들 -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북한 주민 1인당 에너지 공급량은 1982kcal에 불과해 영양 부족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경제는 2022년까지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평양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평양시 역포구역 소신남새농장에서 새집들이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뉴스1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 전후로 영양 부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에너지 공급량이 20대 성인 여성의 권장 섭취량인 2000kcal 아래로 처음 떨어진 것이다. 경제 성장률도 2020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작년엔 뒤늦게 코로나 확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와 식량난까지 겪는 와중이라 북한 주민들의 궁핍한 삶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북한 식량난, 단백질·지방 섭취도 태부족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에너지 공급량은 1982kcal로 1년 전(2030kcal)보다 2.4% 줄었다. 지난 198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2000kcal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2020년 발간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19~49세)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량은 2500~2600kcal, 성인 여성(19~49세)의 경우 1900~2000kcal다. 청소년기의 경우 남성 2700kcal, 여성 2000kcal로 더 높다. 우리나라와 신체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북한 남성 주민 대부분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도 권장 섭취량에 못 미쳤다. 2021년 기준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단백질 공급량은 55.1g으로, 우리나라 국민(113.3g)의 48%에 머물렀다. 지방은 31.2g을 섭취해, 우리나라 국민(123.6g)의 25%에 그쳤다. 황지윤 상명대 식품영양학전공 교수는 “이 같은 단백질 공급량은 12세 이상 남성, 12~29세 여성의 권장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지방 섭취량의 경우에도 필수 지방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섭취량 자체도 부족하지만, 섭취하는 식품에 대한 문제도 크다. 북한은 단백질 대부분을 육류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섭취하는 식품의 질적 측면에서도 영양소 공급이 부실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식량난까지 북한을 덮쳤다. 지난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207만4000t으로 1년 전(215만6000t)보다 8만2000t(4%) 줄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376만4000t)의 55%에 그치는 수준이다.

◇북한, 3년째 마이너스 성장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싸우는 사이, 북한 경제는 3년째 가라앉는 상황이다.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보다 0.2% 줄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5%, 0.1%씩 감소한 데 이어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광공업이 지난 2017년(-8.5%)부터 지난해(-1.3%)까지 6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농림어업 생산도 지난해 –2.1%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1% 성장을 거두며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들어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인데, 지난해 북한에 오미크론 코로나가 확산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5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뒤, 2개월에 걸쳐 477만명가량의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로 인한 침체의 늪을 벗어날 때, 북한은 여전히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3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48만7000원으로 북한의 30배에 달한다. 경제 규모도 격차가 심화돼, 지난해 북한의 명목 GDP는 36조2000억원으로 우리나라(2161조8000억원)의 1.7%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 북한의 무역총액은 15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22.4%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1조4150억달러)의 0.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7%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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