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법 리스크’ 현실화… 美 증권사 인수 무산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가 무산됐다. 시버트는 지난달 카카오페이에 “2차 거래를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는데, 결국 계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이다. 시버트가 언급한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금융 거래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에 금융사 지분을 넘길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 조종 혐의로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10월 구속된 데 이어 지난달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카카오 법인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새로운 활로를 해외에서 찾으려는 카카오에 현실화된 사법리스크가 계속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 리스크 걸림돌 첫 사례
카카오페이는 20일 “1차 거래와 2차 거래로 나눠 시버트의 지분 취득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양사 간 합의에 따라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페이는 글로벌 금융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로 시버트 인수를 추진해 왔다.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5월에는 시버트 지분 19.9%를 1차 거래로 확보했다. 당초 계획은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지분 31.1%를 추가로 인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버트가 카카오페이에 등을 돌리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계약이 무산되면서 시버트는 내년 3월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총 10개 분기에 걸쳐 500만 달러(약 65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카카오페이에 지급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는 “앞으로도 이사회 멤버로 지속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양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시버트 경영권 인수를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우려 높아져
IT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시버트 인수 무산이 카카오그룹 사법 리스크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본다. 카카오는 골목 상권 침해와 내수용 기업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내세웠다. 당시 20% 수준이던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밀어붙인 것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추진했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오히려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온 셈이다.
현재 사법 리스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계열사는 해외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이다. 시장 독과점과 매출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국내 사업에 제동이 걸린 카카오모빌리티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37국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영국 모빌리티 플랫폼 ‘스플리트’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유럽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프리나우 인수에서도 시버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사법리스크를 국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는 국내에서도 카카오를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지분 10%를 넘게 가지려면 최근 5년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련 재판에서 카카오 법인의 유죄가 확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 상실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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