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찌푸리게 하던 익산 왕궁 축사, 치유 공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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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차 안으로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 버튼을 누르기 바빴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네요."
새만금 상류 만경강 일대 수질 오염원이자 축산 악취의 진앙으로 지목됐던 전북 익산의 왕궁 축산단지가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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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악취 90% 줄고 수질 개선… 올해 ‘자연환경 복원 사업’ 선정
익산시 “핵심 보호구역으로 조성”
새만금 상류 만경강 일대 수질 오염원이자 축산 악취의 진앙으로 지목됐던 전북 익산의 왕궁 축산단지가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왕궁 한센인 정착 농원 축산단지 매입 사업이 13년 만에 완료됐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최근 왕궁 정착 농원에 남은 마지막 축산 농가와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넘겨받아 ‘현업 축사 매입 사업’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20일 밝혔다.
익산시에 따르면 왕궁 정착 농원은 1948년 한센인 격리 정책 일환으로 조성됐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왕궁 한센인 정착촌을 중심으로 주민 생계를 목적으로 한 축사가 난립했다.
축사 난립은 주변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다. 악취가 심해져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졌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IC)을 지날 때마다 나는 악취 때문에 지역에 대한 외지인들의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비라도 내리면 축분이 만경강으로 떠내려가 수질 오염을 일으켰다. 이렇게 강으로 흘러든 축분은 새만금까지 흘러들어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2010년 정부 7개 부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동으로 ‘왕궁 정착 농원 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축사를 사들였다. 전북지방환경청이 키를 잡고 전북도와 익산시가 적극 나섰다. 하지만 축산 농가와의 협의 매수는 난항을 겪었고, 매입비 부족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5년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던 204개 축사 매입에 13년이 걸렸다. 계획보다 8년이란 시간이 더 걸렸지만 축사 매입은 오염된 환경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수질 기준 척도가 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95% 개선됐고, 복합 악취는 90% 줄었다. 멸종위기 생물인 수달도 돌아와 반가운 변화를 맞았다.
생태 환경이 살아나기 시작한 왕궁 정착 농원은 올해 환경부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익산시는 이를 통해 단절된 생태 축을 연결해 핵심 보호구역으로 조성하고, 한센인 이주의 역사적 공간을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는 지난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제시한 전 국토의 훼손된 생태계 30% 이상 복원 목표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익산시의 설명이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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