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2兆 이자 반환, 은행원들이 갹출하시길
법인세 5000억원 덜 내고
주주·예금자에 피해 줄 수도
은행 돈 잔치 없애 마련해야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은행들이 자영업자들에게 대출 이자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이율 4%를 초과한 대출 이자를 돌려주는데, 총 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요구하는 은행 횡재세를 시행했을 때 내야 할 세금 납부액과 비슷하다. 은행 횡재세는 5년 평균 이자 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에 40%의 부담금을 물리고, 그 돈을 서민 금융 지원에 쓰자는 것이다.
대출 이자 반환이 실행되면 2조원은 은행 이익에서 덜어내려 할 것이다. 올해 은행 이자 수익은 60조원에 육박한다. 2조원을 덜어낸다고 경영에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삭감해 결산하면 주주, 예금 고객, 국가가 배당·이자·세금 면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선 안 된다. 수익 감소를 이유로 배당을 줄이면 주주만 희생시키는 꼴이 된다. 주주들은 ‘이자 반환’ 변수가 부각된 뒤 주가 하락으로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 은행들이 구멍 난 수익을 벌충한다고 늘 해오던 방식대로 예금 이자를 깎아서도 안 된다. 은행이 감당해야 할 몫을 예금 고객에게 전가하는 격이다. 은행들이 이익을 깎아 올해 영업실적을 결산하면 은행이 내년에 내는 법인세가 5000억원가량 줄게 된다. 이자 반환금의 4분의 1은 국민 세금으로 때워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은행 이익에서 덜어내는 걸 최소화하고, 비용을 줄여 2조원을 마련하는 해법으로 가야 한다.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려야 할 대상은 성과급, 명퇴금 잔치다.
그동안 은행의 고금리 횡재 국면에서 주주·예금 고객은 사실상 소외돼 왔다. 반면 은행 임직원들은 이익을 과도하게 향유해 왔다. 지난해 은행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희망 퇴직자들이 법정 퇴직금 외에 받아 간 명퇴금이 1인당 3억5000만원에 달했다. 조 단위 이익을 근거로 올해 초 은행원들이 받아 간 성과급이 1조3800억원에 이른다. 은행원들이 매년 챙기는 명퇴금, 성과급만 합쳐도 2조원을 훌쩍 넘는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질타하겠나.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은행에 대한 민심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은행의 수십 조원 이익은 사실 국가와 제도가 만들어준 것이다. 1998년 외환 위기 때 무분별한 기업 대출로 대다수 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공적 자금 168조원 투입 덕에 은행들이 기사회생했다. 이후 외환 위기, 금융 위기 가능성을 줄이려면 은행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정부 주도로 은행 통폐합이 이뤄졌다. 은행의 수익 기반을 넓혀주기 위한 정책들이 속속 실행됐다. 금리 자유화, 주택 대출 자유화, 펀드·보험 상품 판매 허용 등 은행의 영업 무대를 넓혀주었다. 그 결과 은행 자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매년 수십조 원씩 이익을 내는 오늘의 은행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은행 임직원들은 자기 역량 덕에 고수익 기업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이익 나눠 먹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금리 급등 여파로 대출 고객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은행원들은 임금 6% 인상, 주 36시간 근무,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지금 국민들은 은행의 ‘손실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 행태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신임 은행연합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금리로 금융 소비자들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고통 분담과 상생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실천 의지를 보여줄 첫 걸음으로 제안한다. 이자 반환 자금을 은행 임직원들이 갹출해 마련해라. 국민들이 박수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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