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단추 잘못 꿴 부산 강서구청 철새 대체서식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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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청이 낙동강 하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추진 과정에서 어이없는 행정으로 도마에 올랐다.
철새도래지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거나 축소하려면 대체서식지가 필요한데 철새가 살 수 없는 곳을 제시한 것이다.
그때마다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혹은 해제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철새 대체서식지는 현장 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정밀한 논리로 문화재청을 설득해도 부족한데, 환경이나 생태와 아무 상관 없는 용역사에 물어 결정했다는 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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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청이 낙동강 하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추진 과정에서 어이없는 행정으로 도마에 올랐다. 철새도래지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거나 축소하려면 대체서식지가 필요한데 철새가 살 수 없는 곳을 제시한 것이다. 신안치등섬, 수안치등섬,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가락동 농경지 등 5곳 중에서 대저·맥도엔 이미 서식지가 있고, 실질적인 신규 후보지인 신안치등섬과 수안치등섬 일부는 불법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다. 문화재청은 검토 가치가 없다며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았다. 보호구역 축소 추진 자체도 논란거리이지만, 허술한 추진 과정은 더 문제다.
낙동강 하구 일대는 보존과 개발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다. 신호·명지공단 에코델타시티 등 최근 십수년간 대규모 택지 조성이 이뤄졌고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이 일대 개발 수요는 폭증할 게 분명하다. 그때마다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혹은 해제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강서구청은 지난해와 올해 두번이나 일부 해제를 문화재청에 건의해 논란을 촉발했다. 서낙동강, 평강천, 맥도강, 을숙도생태공원 상부 등 19.4㎢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주먹구구식 업무 방식이다. 철새 대체서식지는 현장 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정밀한 논리로 문화재청을 설득해도 부족한데, 환경이나 생태와 아무 상관 없는 용역사에 물어 결정했다는 게 말이 되나. 구두로 추천받는 바람에 근거 서류조차 없다고 한다.
강서구 못지 않게 이상한 건 부산시 행정이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의 맥도생태공원과 을숙도생태공원을 1호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에 축소하겠다는 지역과 일부가 겹치거나 바로 인근이다. 그런 부산시가 강서구 방침에 반대는커녕 협조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화재보호구역 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원래 232.3㎢였던 보호구역은 지난 60여년간 12번이나 축소돼 현재 87.2㎢로 쪼그라들었다. 그걸 다시 줄이자는 건 없애자는 말 아닌지 묻고 싶다. 한때 우리 사회는 개발 동력이 압도했지만 지금은 보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보호구역에서 해제해 건물과 공장을 짓는 것과 국가공원으로 가꿔 부산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것 중 무엇이 장기적으로 이익일지 세밀하게 따지고 검토해야 한다.
낙동강 하구에 철새가 줄었다고는 하나 명성은 여전하다. 최근 환경단체가 조사한 결과 해제가 추진되는 지역에서만 90여종 2만3000여 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전국 200개 철새도래지 중 낙동강 하구의 생태 여건이 가장 우수하다는 사실은 환경부도 인정한 바다. 부산이 처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낙동강 하구는 생각지 못한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외 관광객을 사시사철 불러모으는 순천만 생태공원만 봐도 그렇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간과한 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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