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진정 반려견을 위한다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이 의결됐다. 한마디로 보신탕 등 개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근절시키자는 법이다. 이를 어기고 개고기를 먹거나 개고기를 팔고 사육하면 범법자가 된다.
특정 음식을 법으로 막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법도 아니고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안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영향력이 큰 일반법을 정교하게 개정하기보다 손쉽게 특별법을 제정하려 해 ‘특별법 남발’ 문제가 제기된 터다. 그 와중에 보신탕 금지 특별법까지 나왔다. 여야에 이견이 없어 법안은 곧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될 전망이다.
반려견은 사랑스럽다.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는 녀석들이 가끔 웬만한 친구보다 더 사람 같다. 반려견 가족이 괜히 늘어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반려견 가족에게 보신탕은 이해 불가다.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 신자가 소를 도축해 부위별로 칼질하고 나중에 뼈까지 끓여 먹고 소가죽 의류를 몸에 두르는 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개고기가 논란이 됐다.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했다. 당시 많은 우리 국민이 “’문화적 상대성’은 아느냐”며 바르도의 편협한 주장에 혀를 찼다. 한국인에겐 낯설고, 경우에 따라선 거북스럽게 여겨지는 프랑스의 달팽이·거위 간, 그리고 말고기 요리는 무엇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고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닭·돼지·소고기에 비해 사육·도축·유통 과정이 불투명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개고기 문화 자체가 미개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개고기 유통 구조의 부족한 점을 해결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 내외는 반려견 가족으로 이번 법안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에 개를 풀어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하지만 국회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법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법안을 보면 “동물 보호를 얘기하는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었는데, 아직 일부가 개를 식용으로 취급하고, 개를 비인도적·비위생적으로 사육·도살해 논란이다”라고 써있다. 그러면서 “개 식용 관행을 종식해야 한다”고 했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엄연히 다른데 반려견의 반려견다운 삶의 보장을 이야기하다 식용견 문제를 엮는다.
진정 반려견을 위한 법이라면 인간이 자기 편익을 위해 개의 생식기와 성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개를 물건처럼 버리는 파양 행태야말로 ‘종식’해야 하지 않나.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나온 개고기다. 반려견 법과 개고기 법을 구별해 잘 정비하면 된다. 참고로 필자는 개고기는 물론 닭·돼지·소고기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2년 차 채식주의자다. 고유의 전통 음식인 개고기에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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