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은 노량서 왜 그리도 치열했나? 그 해답 담은 100분 해상전투신
- ‘명량’‘한산’ 잇는 3부작 마무리
- 임진왜란 7년째 최후 전투 그려
- “왜군 완전항복 받으려 했던 의중
- 장군께 부끄럽지않게 만들었죠
- 극중 유언은 확신 가득찬 상상력
- 김윤석, 용장 면모 갖춰 캐스팅
- 차기 작품은 충무공 TV 드라마”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 동안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 드디어 10년 여정의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개봉 20일)를 완성했다. 특히 ‘명량’은 1716만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관객 기록을 세웠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의 개봉작 ‘한산’ 또한 726만 관객을 모아 ‘노량’ 흥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런 날이 왔구나 싶다. ‘명량’을 찍고, 한참 뒤인 8년 만에 ‘한산’과 ‘노량’을 연이어 찍고 개봉을 하니까 딱 10년이 됐다”고 추억했다. 이어 “‘명량’이 흥행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둬 후속편인 ‘한산’, ‘노량’을 찍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정신 차리고 ‘한산’과 ‘노량’은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더 철저히 생각했다. 그래야 더 나아가서 관객한테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한산’ 촬영 후 2개월 정도 쉬고 ‘노량’을 찍으며 가졌던 생각을 떠올렸다.
‘노량’은 임진왜란이 터진 뒤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김 감독은 ‘노량’에서 조선,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총 1000여 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과 전쟁의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더해 그동안 보지 못한 해상전투극을 완성했다.
특히 전체 153분 상영시간 중 무려 100분에 걸친 노량해전 장면은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긴다. 김 감독은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이기도 하지만 ‘왜 그렇게 치열하고 집요하게 마지막 전쟁을 하시려 했는가’에 대해 제 나름의 확신에 찬 결론에 도달했어야 됐다”고 말했다.
결론은 이순신 장군이 숨지면서 남긴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극 중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 아니 된다’면서 ‘왜군의 완전한 항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저의 상상력이다. 지금 이순신 장군이 살아계신다고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장군의 대의나 유지를 거스르지 않는 마지막 대사라고 제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왜군을 도망가게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쫓아 완전한 항복과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봐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노량’을 연출한 이유였다.
100분간의 노량해전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칫 지루하거나 식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실은 ‘노량’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가 결정되자 100분의 노량해전을 어떻게 설계해야 될지 보이더라. 완급을 살피며 리듬과 호흡 조절을 해야 했다. 특히 이번에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사운드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다”며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느낌이었고, 기자 시사 전날까지 사운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고 장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과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
노량해전을 관통하는 소리로 이순신 장군이 결의 찬 모습으로 치는 북소리를 들 수 있겠다. 치던 북채가 해져서 다른 북채를 가져와야 할 정도로 힘차고 길게 북을 친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대의가 결국 북소리로 요약이 될 수 있다. 북소리는 이 전쟁을 전체적으로 지배한다. 왜군은 도망가는 선택을 하고, 조선 장수와 명나라 장수는 굉장히 큰 힘을 얻고 더 결의를 다지고 싸우게 된다. 북소리를 통해 이런 것이 모두 유기적으로 엮이더라”고 설명했다.
이순신 3부작은 이순신 장군 역을 각기 다른 세 배우를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는데,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노량’에서는 김윤석이 열연을 펼쳤다. 김 감독은 “제가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용장(勇將)이라고 표현하고, ‘한산’은 지장(智將), ‘노량’은 현장(賢將)이라고 했다”고 짚었다. 이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 가는 용장 이미지를 최민식이라는 배우에게 투영했고, 전략·전술·정보전에 능수능란한 지장의 모습을 박해일 배우가 해줬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용장과 지장의 면모를 다 갖춘 배우로 김윤석 씨를 캐스팅했다. 지혜로우면서 혜안이 있는 느낌을 지닌 배우가 흔치 않은데, 김윤석 배우는 귀하고 좋은 배우였던 것 같다”고 세 배우에게 담긴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설명했다.
김 감독의 차기작 프로젝트는 두 편이다. 한 편은 다시 임진왜란으로 들어가는 7년 전쟁을 정치외교사 측면에서 다루는 작품이다. 그는 “이순신 3부작을 하다 보니까 임진왜란을 들여다봤고, 7년 동안의 정치외교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아는 오성과 한음에서 한음 이덕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 편은 ‘에덴’(가제)이라는 작품으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로봇이 등장하는 공상과학 영화다.
이순신 3부작을 연출하고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을 이순신 장군의 대사를 빌어 “천행이었다”고 말하는 김 감독. 10년에 걸쳐 이순신 장군과 그가 남긴 정신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일깨워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