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15] 형서(邢恕)
정여립(鄭汝立·1546~1589년)은 우리에게 ‘정여립의 난’ 혹은 ‘기축옥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선조 3년(1570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섰으나 관운(官運)이 따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이의 서인 쪽에 속했다. 선조 16년 10월 이이가 이조판서에 임명을 받고 선조와 대화 중에 정여립을 천거했다.
“정여립은 많이 배웠고 재주가 있어 쓸 만한 인물인데 매번 후보로 올려도 낙점을 않으시니 무슨 중상모략하는 말이라도 들으셨습니까.” 선조가 말했다. “정여립은 딱히 칭찬하는 사람도 없고 헐뜯는 자도 없으니 어디 쓸 만한 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얼마 후에 이이가 세상을 떠나고 서인이 몰락하자 정여립은 동인 쪽으로 옮겨갔다. 이이 비판에도 앞장섰다. 한때 이이를 공자에 견주기도 했던 그 정여립에 대해 선조는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여립은 오늘날 형서(邢恕)이다.”
형서는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원래 정명도(程明道) 문하에 있다가 세상이 바뀌자 가장 먼저 정명도 공격에 나섰다. 그는 철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은 정명도를 스승으로 섬겼는데 이제 정명도가 베어져 천 토막이 나더라도 구하지 않겠습니다.”
형서는 이후 사마광(司馬光) 식객이 되었다가 다시 사마광을 배반하고 장돈(章惇)에게 붙었다가 다시 채경(蔡京)의 심복이 되었다. 그 후 형서는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연일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선배 정치인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 ‘사쿠라’ 운운하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정작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민주당을 버리고 정몽준 당으로 갔던 인물이다. 심지어 “노무현은 내가 죽여버리겠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 인해 ‘김민새’라는 오명을 덮어썼고 10년 가까이 낭인 생활을 해야 했다. 선조 말을 가져와 한마디 한다. “민석은 오늘날 형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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