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버텨 이룬 美진출… “메이저 우승컵 꼭 품을래요”

김정훈 기자 2023. 12.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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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23)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2019년 상금 순위 85위에 그쳤다.

성유진은 "모든 선수가 그런 것처럼 나도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LPGA투어를 꿈꿨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준비하려고 계획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올해 4월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 경험이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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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무대 활짝 연 성유진의 각오
“멘털 강해진 덕분에 미국行 이뤄
클럽 14개 모두 잘 쳐야 생존할것
화려함보다 꾸준한 선수 되겠다”
성유진은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함께 데뷔한 동기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 무관(無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은 동기들 중 가장 빨랐다. 성유진은 또 올해 KLPGA투어에서 동기들 중 유일하게 2승을 거두며 다승을 기록했다. KLPGA투어 제공
성유진(23)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2019년 상금 순위 85위에 그쳤다. 정규 투어에서 계속 뛰려면 시드전을 거쳐야 하는 성적이었다. 반면 동갑내기이자 데뷔 동기인 임희정은 3승, 조아연은 2승을 올렸다. 또 다른 동기생 박현경도 이듬해(2020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성유진은 데뷔 4년 차인 2022년이 돼서야 첫 우승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은 성유진이 데뷔 동기 가운데 가장 빨랐다. 성유진은 7일 끝난 퀄리파잉(Q) 시리즈를 공동 7위로 마치면서 내년 시즌 LPGA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올 시즌 KLGPA투어 다승왕(4승) 임진희(25·공동 17위)보다 성유진이 Q시리즈 성적이 더 좋았다. 올해 Q시리즈에 출전한 한국 선수 10명 가운데 이소미(24·공동 2위) 한 명만 성유진보다 순위가 높았다. 세계랭킹 131위 성유진은 75위까지 받을 수 있는 Q시리즈 출전권을 얻지 못했지만 예선 격인 Q 토너먼트 스테이지 2를 거쳐 Q시리즈 무대에 나섰다.

성유진은 “모든 선수가 그런 것처럼 나도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LPGA투어를 꿈꿨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준비하려고 계획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올해 4월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 경험이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성유진은 지난해 KLPGA투어 롯데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올해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유진은 “당시의 새로운 도전과 (우승) 실패가 멘털적인 부분에서, 또 사람으로서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Q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멘털이 좋아진 덕분 같다. 연습 라운드부터 최종일까지 11일간 마음이 약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잘 버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성유진에게 힘이 된 또 다른 존재는 리키 파울러(35·미국)였다. 파울러는 올해 7월 로켓모기지 클래식 정상을 차지하면서 2019년 2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무대에서 우승을 맛봤다. 성유진은 “우승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우승 생각을 아예 멈췄었다. 그 대신에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상처를 피하려고만 했다”며 “그러던 와중에 파울러의 우승 소감이 큰 영감이 됐다. ‘올라갈 때는 누구보다 기쁘지만 추락한 뒤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인터뷰가 큰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성유진은 “LPGA투어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실패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이야기에 용기를 냈다”며 “미국 무대에서 뭐가 잘되고 안 될지는 직접 부딪쳐 봐야 알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캐디백에 있는 클럽 14개로 모두 잘 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쇼트게임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성유진은 올해 KLPGA투어에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27위(244야드)에 그쳤지만 그린 적중률은 2위(75.9%)였다. 성유진은 “미국 무대에서도 KLPGA투어에서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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