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무기 업그레이드” 위협…젤렌스키 “러와 협상없다” 맞서

윤다빈 기자 2023. 12.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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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접어드는 우크라戰… 러-우크라, 벼랑끝 대치 계속
푸틴 “美 원하면 평화협상 용의”
트럼프 재집권 염두, 판 흔들기
젤렌스키 “美는 배신 안할 것”
美, 日서 패트리엇 조달 추진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데도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자국민을 향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국방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서방이 원한다면)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흔들기에 나서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원조를 촉구했다.

● 푸틴 “협상 가능” vs 젤렌스키 “회담 불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내년 계획을 논의하는 국방부 이사회에 참석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참전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핵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최고 수준의 군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동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의 무기 생산량이 탱크 5.6배, 무인기(드론) 16.8배, 포탄 17.5배가 증가했다고 밝히는 등 자국 군사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협상을 원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뜻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은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수도 키이우에서 약 2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는 올해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회복력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 지도부로부터 50만 명 정도의 병력을 추가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가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도 물러서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는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의 군대 철수’ 등의 제안을 준비 중이며, 이를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진 것과 관련해선 “미국이 전쟁 피해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EU와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있다”며 재차 원조를 촉구했다.

● 美, 동맹국 통한 우회 지원 가능성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긴급히 필요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우선 지원하고 부족분을 일본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614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통과되지 않자 동맹국을 통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2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해 자국에서 제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대상은 신형인 패트리엇 미사일3(PAC-3)와 구형인 패트리엇 미사일2(PAC-2)로 패트리엇 미사일은 상대 공격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라는 점에서 수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WP에 “일본의 방위 장비 수출 규정 변경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이 이뤄질 경우 미국에 155mm 탄약 수십만 발을 ‘우회 지원’한 한국에도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한 뒤 부족분을 한국의 수출분으로 채워 왔다. 155mm 포탄의 경우 공격용 무기여서 일본 정부의 수출이 어려워 한국에 추가 지원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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