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타트업 허브… 현지 종사자 9000명 몰렸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공회의소 건물 ‘카사 요자 데 마르(Casa Llotja de Mar)’. 지중해 무역 중심지 바르셀로나 항구 인근에 세워져 6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고택이지만, 이날만큼은 갓 준공식을 마친 건물처럼 인파가 넘쳤다. 바르셀로나 대표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 스피릿 바르셀로나 2023′이 열렸기 때문이다. 9000여 명에 달하는 현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몰렸다.
아치형 천장 아래 마련된 무대에선 27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돌아가며 ‘1분 피칭(기업 소개)’을 했다. 제한 시간을 넘기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졌고, 400여 명의 관중이 실시간 온라인 투표로 순위까지 매겼다.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스마엘 라모스(21)씨는 “유흥 클럽 정보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업(NCLUB)이 색달라 보여 표를 던졌다”며 “요즘 주변에선 취업보단 창업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의 창업가에게 큰 사랑을 받는 도시다. 유럽 스타트업 전문 민간 기구 ‘스타트업 히트맵 유럽’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독일 베를린에 이어 스타트업 허브 도시 2위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만 2000개가 넘는다. 남유럽 최대 규모다. 카탈루냐 무역투자청 관계자는 “현지 스타트업 75% 이상이 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다”며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와 비즈니스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분야가 발달한 편”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 스타트업들은 작년 16억5300만유로(약 2조36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용자 1500만명이 사용하는 유럽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기업 왈라팝은 한국 네이버로부터 누적 1억9000만유로(약 2700억원)를 투자받았다. 전 세계 25국 1500개 이상 도시에 진출한 배달 서비스 앱 글로보도 바르셀로나 출신이다. 스페인 유니콘의 상당수가 이 지역 출신이다.
바르셀로나가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기술 친화적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셀로나는 미국 CES 및 독일 IFA와 더불어 세계 3대 IT 박람회로 꼽히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매년 개최되는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빠른 통신 속도를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되는 보이지 않는 무선 안테나를 처음 개발해 공급한 ‘프랙터스 안테나’가 바르셀로나 기업이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IWG는 “높은 광대역 속도를 가졌으면서 교통비나 숙박비 같은 생활비 물가는 (다른 유럽 도시 대비) 저렴하다”며 바르셀로나를 올해 디지털 유목민을 위한 최고의 원격 근무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엔 스페인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 대학을 비롯해 유럽 3대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이에세(IESE), 공학 분야 스페인 1위 대학이자 유럽 최고 수준의 수퍼컴퓨터(마레 노스트롬4)를 보유한 카탈루냐 공과대학(UPC)이 있다. 활발한 산학 협력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바로셀로나가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창의성을 물려받은 기업가가 많다”며 “관광과 물류 거점으로도 유명하다 보니 인재가 다양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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