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드라마 주인공 된 장애인과 편견 없는 소통 경험한다.
사람들의 소통, 얼마나 완전할 수 있을까? 남자는 청각장애가 있는 화가다. 손으로 말하고, 진동으로 음악을 즐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자”고 외치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화재 현장의 아우성 혹은 자동차 경적에도 꿈쩍 않는다. 늘 먼저 죄송하다고 하고, 으레 누명을 쓴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수어를 배워 먼저 공연 티켓을 건넨다. 그는 단역배우, 보조출연자일 뿐인 여자를 ‘배우’라고 불러준 유일한 사람이다. 서툰 수어로 나누는 두 사람의 소통에는 어떤 편견도 없고, 오히려 놓치거나 오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노력 때문에 서로를 향한 눈빛이 더 깊다.
정우성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ENA) 이야기다. 16부작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이 작품은 13년 동안 묵혀 있었다. 주인공의 말문을 트이게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의견도 있었단다. 이 드라마의 대사는 대부분 자막 처리했다. 이제 자막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미디어 환경이 됐고, 우리 사회의 성숙해진 인식이 한층 유연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 ‘코다(Children Of Deaf Adult)’를 주인공으로 장애인 가족 일상을 보여준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tvN)도 수어 연기가 많았다. 이미 ‘코다’ 실화를 다룬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미국 영화 ‘코다’가 연상되는데 이 영화는 주인공 가족 모두를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로 캐스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tvN)의 발달장애인 정은혜씨가 떠오를 뿐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한편 장애인고용공단이 제작한 ‘이동식 노무사’라는 웹드라마도 흥미롭다. 인기 배우가 나오는 상업적 드라마는 아니지만 매회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갈등을 해결하는 노무사의 활약 속에서 사이다 반전과 유머,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콘텐츠가 아이유 노래 ‘드라마’ 가사처럼 ‘나왔는지조차 끝났는지조차 모르게’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빠져드는 게 드라마의 매력인데 장애인이 등장하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이보다 더 좋은 인식 개선 효과는 없을 것이다. 편견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위한 적극적이고 꾸준한 시도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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