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칼럼] 아듀 2023년

경기일보 2023. 12.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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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한양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세계푸른하늘맑은공기연맹 대표

#1. 매년 연말이 되면 올 한 해만큼은 지난해보다 나은 삶을 다짐해 보건만 후회되는 것밖에 없는 게 우리네 삶인가 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지만 보람된 삶을 위해 금년의 일들 중 꼭 짚어보고 자성할 것이 있다.

미래의 나의 삶에 어려움을 주는 사회 문제 10대 테마 톱3는 ‘소득(경제) 및 주거 불안’,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 ‘자연재해’로 조사됐다. 금년 중 국내외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와 가뭄, 혹서와 혹한이 요동치는 이상기후로 세계 각국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외에서 탄소중립이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의 보전임을 홍보하고 있는 데 반해 일반인은 실천 방안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가 논의되고 전미 자동차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반발해 대규모 파업을 강행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어 향후 선진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정책도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환경 문제 중 탄소중립 외 다른 환경 문제에 대해선 동력을 잃은 듯하다.

우리는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있는 불감증 상태다. 세계보건기구는 실내외 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연 700여만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 환경청은 실내공기 오염의 심각성과 인체 위해성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경고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 이후 학교의 실내공기질 개선에 24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 자체가 그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저감 등의 이유로 낮아진 듯했으나 최근 중국 산업장의 재가동 등으로 유입되며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실내 거주시간이 길어지고 창문 밀폐 등으로 높아질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취약계층의 호흡기계질환뿐아니라 심장질환, 치매, 자살 등 다양한 질환 발생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내의 초미세먼지 기준치도 가까운 시간 내에 세계보건기구 건강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내공기 오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험하고 교육하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2. ‘2023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 문제’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1순위로 정부 신뢰 하락에 이어 소득양극화 심화, 일과 생활의 불균형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커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부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결속력이 와해되는 ‘불안사회’에 진입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도 1년 반이 지났으나 여야의 대립으로 정치는 민생 대신 정쟁에 몰두하며 국민들에게 피곤함만 안겨줬다.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로 나라를 걱정하고 정책을 펴나가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들면서도 그런 지도자를 뽑은 우리들의 탓으로 반성하게 된다.

정부의 엑스포 유치 실패 교훈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론에서 언급했듯이 정보와 외교력 부재를 얘기했지만 정확한 정보의 전달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25년 일본 오사카시에서 엑스포가 유치되는 것을 알면서 다음 개최지를 대한민국에서 유치하려고 했던 것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다음 개최지 선정은 같은 대륙이나 지역을 피해 선정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엑스포만큼은 별 예외조항이 있었는지 매우 궁금하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공들일 시간에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탄소중립,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매진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대통령에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책사가 없는 것도 우리 대통령 중심 정치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여러 문제점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이제 실망을 넘어 체념하고 있으며 꽉 막혀 있는 정치구도가 새롭게 혁신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과연 다가오는 2024년은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 내년에는 세계 40개국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열린다. 정치가 사회경제 시스템을 판가름하는 격동의 한 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에는 유권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정말로 나라를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뽑히길 희망한다. 그래서 여야의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우리 사회가 화합으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1년을 보냈지만 희망을 갖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시민들이 2024년에는 더 행복해지길 기도해 본다. 아듀 2023년! 푸른 용의 해가 좋은 소식을 안고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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