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글로벌 R&D의 전략성을 강화하자
과학기술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큰 공헌을 해왔고 자체적인 역량 측면에서도 비약적 발전을 했지만 R&D(연구·개발) 활동의 글로벌 개방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하는 연구·개발 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도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액 중 해외재원 비중은 0.3%인데 이는 2018년도 1.9%에서 매우 감소한 수치다. 또한 이를 미국(6.7%) 프랑스(7.7%) 영국(11.9%)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R&D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 공동연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행한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우리가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선도그룹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은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 바이온텍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가 수행한 공동연구의 산물이다. 이들의 노력은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보상받았다. 우리도 이런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창출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의 전환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글로벌 R&D에 대한 청사진을 담은 '글로벌 R&D 추진전략(안)'을 수립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확정했다. 그동안의 현황 및 문제점 진단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범부처 추진과제들이 통합적으로 제시돼 앞으로 글로벌 R&D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기틀이 마련된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겨 우리나라의 글로벌 R&D 체계를 혁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안건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소규모, 단발성 과제 중심의 국제협력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R&D의 전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의 현황 및 미래 전략을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핵심 연구자의 분포를 포함해 우리나라와 주요국간 기술우위를 비교하고 우리가 중점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있는 국가를 식별하며 기술 분야별로 우리가 추진해야 할 협력전략을 유형화하는 등의 데이터 기반 분석작업은 글로벌 R&D의 전략성을 강화해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또 이러한 정보는 기존 각 부처와 기관별로 추진하던 글로벌 R&D 관련 정책과 사업을 총괄해 국가적 차원의 공통목표를 설정하고 부처간 정보공유와 협업을 촉진하며 중복된 자원과 행정비용을 줄이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폐허에서 우리나라는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며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경제적 성공을 이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부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귀중한 경험을 축적했다. 세계 주요국이 기술보호주의를 펼치며 기술혁신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국가적 역량 결집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부족했던 글로벌 R&D를 활성화해 세계 최고의 연구진과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면 이는 과학기술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기틀을 마련한 '글로벌 R&D 추진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4년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글로벌 과학기술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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