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代 이은 IT역사·나눔경영… "함께 오래가는 `가치 기업` 만들고파"

안경애 2023. 12. 21. 00: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친 2016년 SW산업발전 '금탑산업훈장' 잇는 '대통령 표창' 수상
KCC정보통신 이끄는 형과 함께 삼부자 IT산업 몸담은 경력만 117년
독자기술로 국내 넘어 글로벌 진출… "고객·직원과 함께 갈겁니다"
이상훈 시스원 대표가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경영철학을 얘기하고 있다. 이 대표의 오른쪽에 보이는 액자에 그의 부친 이주용 KCC정보통신 창립자의 언론 인터뷰 기사가 보인다.

이상훈 시스원 대표

"7년 전에는 아버지의 금탑산업훈장, 며칠 전에는 제가 대통령 표창을. 더 열심히 30년 동안 노력해서 아들과 이런 장면을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이상훈 시스원 대표(52·사진)가 이달초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제24회 'SW(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 행사에서 SW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앞서 그의 부친인 이주용 KCC정보통신 창립자 겸 회장은 2016년 같은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SW산업발전 유공자에게 주어진 산업훈장이다.

19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함께'와 '오래'라는 말을 거듭 쓰면서 "함께 더 오래 가는, 사람 냄새 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의 대상은 고객과 직원, 사회를 아우른다.

'빨리 가려면 홀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가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얘기하면서 "100년을 바라보고 멀리 가기 위해 고객에 집중하면서 직원, 사회와 함께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부친인 이주용 회장이 실천해 온 '나눔경영'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이던 2017년 "총 6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서울대에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누적 기부액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한국 IT산업의 여명기를 연 인물이다. 196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IBM에 입사한 후 한국IBM 대표를 지냈다. 1967년 국내 최초의 고성능 컴퓨터인 'FACOM-222'를 도입하고 같은 해 KCC정보통신의 전신인 한국전자계산소를 설립했다. 1971년 국내 최초의 IT서비스 기업 KCC정보통신을 설립한 후 주민등록 전산화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수행하며 전산화 시대를 개척했다.

KCC정보통신과 같은 해에 태어난 이 대표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사업을 일으키느라 자식 얼굴 볼 틈 없이 뛰었던 이 회장은 1980년대 들어서야 사업이 안정됐다. 이후 KCC정보통신의 시스템 유지보수 부문이 독립해서 1982년 설립된 회사가 시스원이다. 한양대를 졸업한 후 미 일리노이대에서 MBA(경영전문대학원)를 한 이 대표는 2001년부터 시스원에서 몸담으면서 경영수업을 쌓은 후 2008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어느덧 KCC정보통신과 시스원의 역사를 합치면 100년을 내다본다. 현재 KCC정보통신은 이 대표의 형인 이상현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 이 대표가 IT산업에 몸담은 기간은 각각 64년, 31년, 22년으로, 도합 117년이다. 60년이 채 안되는 국내 IT역사의 곱절에 해당하는 세월을 삼부자가 살아온 것. 이 대표가 SW산업인의 날 행사에서 받은 대통령 표창의 감회가 특히 깊은 이유다.

IT시스템 유지보수에서 시작해 공공 시스템 구축으로 사업을 넓힌 시스원은 자체 솔루션 확보를 기치로 내걸고 수년간의 개발 끝에 자동출입국시스템을 국산화해 인천공항과 국내 항만에 공급했다. 이를 확장한 출입보안시스템도 개발해 서울·세종 등 정부 4대 청사에 설치했다. 자동출입국시스템은 생체인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패스 시스템으로 진화시켰다. 공항에서 거치는 발권 등 복잡한 과정을 생체인증 기술로 대체한 게 핵심이다. AI(인공지능) 얼굴인식, 빅데이터 분석, 생체인증 등 요소 기술을 내재화하고 연관 시장을 발굴하고 있다. IDC(인터넷 데이터센터) 서비스, 보안솔루션·스토리지·서버 유통·공급 사업도 한다.

이 대표는 "자동출입국시스템 공급실적에서 유럽 비전박스, 일본 NEC에 이어 글로벌 3위다. 회사 안에 만든 시스템 전시실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공항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 출입국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1억2000만명 가량의 얼굴인식 데이터가 쌓였다. 이를 토대로 AI를 학습시키니 갈수록 인식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몽골에 이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해외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자동출입국시스템뿐 아니라 현지 통신사 PLDT와 손잡고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PLDT가 통신회선과 함께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로 국산 통합 보안장비를 공급하고, 납치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비상벨처럼 누르면 보호자에게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가고 경찰신고까지 되는 장치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현지 지사장을 선임하고 내년초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초 DX사업부문을 신설하고 DX(디지털전환)와 클라우드 전환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다. AI, RPA(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다.

"우리의 출발점이자 중심은 고객"이라는 이 대표는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온 고객이 효과적인 DX를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부터 SW·보안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 유지보수 경험이 풍부한 이 회사는 메모리나 디스크 장애, 네트워크 병목현상 등 시스템 문제가 있으면 즉각 알려주는 조기경보 솔루션((AiWACS)도 자체 개발했다.

최근 주요 공공시스템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금융·정부기관 공급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약 350명의 직원을 둔 시스원은 지난해 1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부채가 거의 없고 보유자산이 탄탄한 이 회사는 최근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비교적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는 호기가 왔기 때문이다. IT와 비IT 영역 상관없이 후보를 찾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흔들림 없는 철학은 속도와 규모보다는 안정적 변화와 내실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잎이 풍성하고 넓게 퍼지는 플라타너스 같은 회사보다는 선인장 같은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숫자적 성장 위주의 목표를 세우고 달려나가기보다는 사회에 공헌하고 가치를 만들어 가는 기업, 오래 가는 뿌리 깊은 기업이 되겠습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