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센스메이킹’의 힘
알프스산맥에 있던 헝가리 대대의 사령관은 얼음으로 뒤덮인 황무지로 정찰대를 보냈다. 그날부터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이틀 동안 정찰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령관은 정찰대를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해 자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3일째 정찰대가 무사 귀환했다. 정찰대는 알프스산맥 중턱에서 길을 잃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정찰대 한 명이 그의 주머니에서 지도를 발견했다. 정찰대원들은 드디어 절망에서 벗어나 캠프를 치고, 눈보라를 헤치며 지도를 보고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사령관은 이 사병이 가지고 있었던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그것은 알프스산맥의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산맥의 지도였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대처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도(map)가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는 패턴과 이유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센스메이킹’은 1995년 칼 와익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기대가 무너졌을 때(생각지 못한 환경의 변화나 복잡한 현실) 환경의 단서들을 선택적으로 인식해 해석과 행동의 사이클을 통해 상호 주관적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단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센스메이킹이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는 환경의 변화 인식,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명확한 방향에 대한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센스메이킹은 인지부조화 이론과 프로세스는 비슷하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 행동에 차이가 생겼을 때 합리화 과정을 통해 부조화를 조화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사실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태다.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가 생기는 것인데 이런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생각을 바꾸는 합리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담배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완화해 심리적인 안정을 줘’ ‘우리 할머니는 한 달에 한 갑씩 담배를 피웠지만 100세까지 살았어’. 또 다른 방법은 실제로 담배를 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실 후자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사람은 생각의 조정을 통해 쉬운 합리화의 함정으로 빠져든다. 인지부조화의 핵심이 ‘합리화’인 것처럼 센스메이킹은 맥락적 합리화 과정이라고 하는데 행동을 통한 상황 재구성, 즉 환경을 새롭게 해석하며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복잡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는 ‘Complex’와 ‘Complicated’가 있다. 둘 다 복잡하다는 의미지만, 복잡성의 본질이 다르다. ‘Complicated’한 복잡성은 논리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Complex’한 복잡성에는 그런 인과관계가 없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거나 깨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결해 줄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주어진 맥락하에서 합리적으로 포장된 개연성이 더 중요하다. 정답은 아니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센스메이킹하는 과정을 ‘센스기빙(Sensegiving)’이라고 한다. 사업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리더들은 “언젠가는 좋아질 거야! 조금만 참아보자”라는 막연한 희망을 심어주거나 지나친 위기 인식을 통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맥락 없이 전달하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경계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서 구성원들이 감을 잡고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인 전략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성원들을 납득시킬 필요도 있다.
새해를 앞두고 계획을 세우는 이 시점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먼저 센스메이킹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우리 조직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우리 조직 내외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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